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본사.

경영난에 빠진 쌍용자동차가 매각 작업에 착수한다. 2010년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한 지 10년 만에 다시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중국 지리자동차가 조만간 쌍용차 실사 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자동차 업계와 투자 업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는 최근 삼성증권 등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매출이 급감한 가운데,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해 지분 약 75%를 가지고 있는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추가 지원이 어려워진 데 따른 행보로 보인다. 앞서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산업은행의 지원을 전제로 쌍용차에 2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가 산업은행이 지원 의사를 내비치지 않자 지난 4월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최근에는 지분 매각을 포함해 대주주 지위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쌍용차 이사회 의장)은 지난 12일 인도 현지 컨퍼런스 콜에서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를 필요로 한다"며 "투자자 확보를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아니시 샤 마힌드라 부사장은 "쌍용차의 새 투자자가 생기면 우리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일단 투자자를 찾으면 새로운 투자금을 확보해 마힌드라가 보유한 쌍용차 지분을 희석시키거나, 지분을 일부 또는 전량 매각하는 방안을 마힌드라 측과 논의하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 지분 매각 가격은 시총 기준 2000억원 중반이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2000억원 후반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올해 1분기(1~3월) 약 2000억 원의 순손실을 내 1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 약 900억 원을 갚을 길도 막막한 상태다. 쌍용차는 최근 서울 구로동 서비스센터와 부산 물류센터 부지 등 비핵심자산을 매각해 약 2000억원을 확보하고 임직원 인건비를 1000억여원을 줄였다. 그러나 신규 자금 투입 없이는 정상화가 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쌍용차는 늦어도 7월까지는 매각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매각이 지연될 것에 대비해 산은에 만기 연장 등을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대출 만기를 연장하더라도 마힌드라의 의지가 약해 공적 자금을 투입할 명분도 충분하지는 않다는 게 산업은행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7일 기업구조조정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 노사에 "진정성 있게 협상에 임하라"라고 말했다. 그는 "쌍용차가 많은 노력을 들였으면 좋겠는데 지금으로선 충분치 않다"면서 ‘필사즉생필생즉사’(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고 살려면 죽을 것이다)란 말도 인용했다.

쌍용차 매각에는 중국의 전기차업체 BYD를 비롯한 베트남 기업 등 3~4개 업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YD와는 최근 전기차 개발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중국 지리자동차가 쌍용차 투자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차는 앞서 스웨덴 볼보를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LG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한 바 있다. 지리차가 전략적 투자자 수준을 넘어서 대주주가 된다면 쌍용차가 중국 업체에 다시 넘어간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과거 쌍용차의 최대주주였던 중국 상하이기차의 '먹튀' 충격이 아직 다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에 대해 여전히 거부감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쌍용차 경영난은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할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에 실제로 쌍용차를 인수할만한 투자자나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쌍용차가 매각 주간사를 찾아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돌입한다는 것은 산업은행이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쌍용차에 투자해달라는 요청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