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무공해 차량은 전기차랑 수소전기차뿐입니다. 이들이 미래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겁니다. 경제성 또한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 전무는 18일 서울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0미래에너지포럼’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 전무가 18일 ‘2020미래에너지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 전무는 2018년 현대차(005380)가 수소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연구개발본부 직속 연료전지사업부를 신설하면서 신임 사업부장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김 전무는 2013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전기차인 투싼ix35를 내놨고, 이어 2018년에는 2세대 수소전기차 넥쏘 등 개발을 담당했다. 그가 수소차 부문 국내 최고 베테랑으로 꼽히는 이유다.

김 전무는 이날 ‘수소 사회의 도래와 모빌리티 혁신’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글로벌 환경 규제가 해마다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내연기관차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대체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고 밝혔다.

김 전무는 "영국이나 프랑스는 오는 2040년까지 내연기관차에 대한 등록금지를 진행할 계획이고,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당장 2025년부터 이를 시행하기로 했다"면서 "물론 내연기관차를 앞으로도 사용은 하겠지만, 어느 시점에선 결국 내연기관차를 사용하지 않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도 내연기관차의 종식을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는 사실상 연비 규제라고 볼 수 있는데, 2015년 130g/km였던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가 내년부터는 95g/km, 2030년에는 59g/km까지 점점 강화될 것"이라며 "결국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진정한 무공해 차량이고, 이들이 미래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주행거리에 따른 전기차와 수소차의 시스템 비용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각각 담당할 영역이 구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행거리가 짧을수록 전기차의 배터리 시스템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수소차의 연료전지 시스템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크고 무거운 차량일수록 그 차이는 극명해진다.

가령 일반 승용차의 경우 주행거리 300~700km까지는 배터리 시스템이 연료전지 시스템보다 저렴하지만, 이 구간을 넘어설 경우 연료전지 시스템이 더 경쟁력이 있다. 반면 대형 상용 차종(40톤 대형트럭 기준)은 50~100km의 주행거리부터 연료전지 시스템의 가격 경쟁력을 얻게 된다. 버스와 트럭 등 상용 차종은 수소차가 훨씬 유리하다는 뜻이다.

특히 김 전무는 도래하는 신재생에너지 시대엔 수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치 몽골 유목민이 우유를 치즈로 바꿔 오래 보관하고 이송이 편리하게 만든 것처럼, 계절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태양광, 풍력 에너지를 대량으로 보관하고 운송하기 위해선 수소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전무는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것은 지정학적 여건상 어렵다고 판단했다. 직접 생산보다는 연료전지 시스템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게 미래 경쟁력을 갖추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했다.

김 전무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우리나라가 신재생 에너지를 일부 자체 생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국토도 작고 신재생에너지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풍력과 태양광의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는 호주처럼 생산 여건이 좋은 국가에서 저렴하게 구매하고, 우리나라는 연료전지 시스템 기술을 개발해, 이것을 해외에 수출하면 된다"고 했다.

사하라 사막 전체 면적 7~8%에 태양광 패널을 깔거나, 태평양 전체 면적 2%에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면 전 세계가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김 전무는 강조했다. 김 전무는 이런 식으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액체 또는 암모니아로 바꿔 운송해온 뒤 원료로 사용할 것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미래에는 결국 신재생 자원을 갖고 있는 국가와 우수한 기술을 가진 국가가 협업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김 전무는 현대차가 앞으로 수소전기차의 원가 경쟁력을 갖추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7조6000억원을 투자해 수소전기차를 연간 50만대까지 생산할 계획이다.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도 70만기까지 생산을 추진 중이다.

김 전무는 "현대차는 투싼과 넥쏘 등 1·2세대 수소차를 통해 관련 기술력은 이미 확보한 상태"라며 "지금은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승용차와 버스, 트럭뿐 아니라 기차, 선박,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 수소 연료를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