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무슨 실미도가 조정지역입니까?"

지난 17일 정부가 일부 접경 지역 등을 제외한 수도권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 같은 내용의 글이 담긴 카카오톡 캡처본이 영화 ‘실미도’ 포스터에 "우리는 왜 조정지역입니까"라는 말풍선을 달아놓은 합성사진과 함께 돌아다녔다.

지난 17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온라인에 유포된 캡처본과 합성사진

실미도는 아파트는커녕 단독주택도 없는 무인도지만, 실미도가 소속된 인천 중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지정되자 규제지역이 된 것이다. 실미도보다 범위를 넓혀 무의동 전체를 봐도 아파트나 연립·다세대 주택은 하나도 없다. 지난 2017년 이후의 단독주택 매매 10건 중 5건은 3억원 이하에 거래돼 규제지역으로 지정할만한 실익도 충분치 않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풍선효과를 억누른다며 규제지역을 무작정 확장하면서 벌어진 촌극"이라고 했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책으로 신규규제지역에 묶인 여러 지역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6월17일 부동산 추가대책 규제 형평성 어긋나는 규제 다시 조정바랍니다’라는 청원이 게시됐다. 스스로 ‘검단신도시 분양자’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검단신도시는 올해 2월에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해제됐다. 그리고 오늘 (인천) 서구지역이라는 이유로 투기과열지구가 됐다"면서 "4개월 만에 (규제지역에 포함되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도 했다. 이 작성자는 또 "(검단 신도시는) 아직도 분양 일정이 많이 남았고 입주한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빈 땅"이라며 "검단 주변은 3억원도 안 하는데 10억원이 넘는 투기과열지구와 동일 선상이라니, 너무 과한 처사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청원은 하루 만에 1만2000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려난 지 7개월만에 다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에서도 불만이 끓고 있다. 고양은 지난해 삼송택지개발지구, 원흥·지축·향동 공공주택지구, 덕은·킨텍스1단계 도시개발지구, 고양관광문화단지 등을 제외하고 조정지역에서 풀려 아파트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분기별 아파트 실거래가격 지수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는 기준이 되는 지난 2017년 4분기 이래 계속 약보합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4분기 이후 2.07%, 3.85%로 강하게 반등 중이었다. 고양시 덕양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고양시는 오랜 기간 집값이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 이제 조금 회복하려고 하는데 규제지역으로 묶여 매수세가 끊기면 또 침체에 빠지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상승세가 약간이라도 보인다면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그러나 최근 몇 개월이 아닌 몇 년간의 움직임을 봤으면 무리하게 규제지역을 넓히진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입체적·종합적으로 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그는 또 "검단은 앞으로도 분양 물량이 대량으로 남아있는데 규제지역에 포함시키는 것이 정당한지, 일산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 등 일부 지역만 오른 것인데 일괄적으로 묶어 규제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