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내놓으면서 집값이 안정될 수 있을지에 수요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이번 6·17 대책에서 그간 집값이 오른 수도권 비(非)규제지역을 추가로 규제지역에 포함시켰다. 접경지를 제외한 수도권 전역, 대전과 청주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정부는 또 성남 수정구와 수원 전역, 안양, 안산 단원구, 구리, 군포, 의왕, 용인 수지구와 기흥구, 화성 동탄2신도시, 인천 연수구와 남동·서구, 대전 동·중·서·유성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이 밖에 정부는 서울 청담·삼성·대치·잠실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가 부동산 과열 지역을 선별하고 주택 가격대별로 구간을 나눠 맞춤 처방하는 식의 ‘핀셋 규제’는 기대보다 약효가 오래가지 않았다.

2017년 조정대상지역을 확대하고 대출 및 재건축 규제를 골자로 한 6·19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두달도 안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및 대출규제를 한층 더 강화한 8·2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달 반 정도 지나 서울 집값은 다시 들썩였다.

이후에도 급등하는 서울 강남 집값을 정조준해 규제로 누르니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 수요자들이 몰리며 집값이 올랐다. 종부세율을 인상하고 규제지역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한 2018년 9·13 대책 이후엔 비규제지역인 ‘대대광(대구·대전·광주시)’이 들썩였다.

2019년 12·16대책 등으로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겨냥하자 9억원 아래 아파트가 몰려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수용성(경기 수원·용인·성남시) 등이 잇따라 튀어 올랐다.
최근엔 대출 및 분양권 전매제한이 없는 수도권 비규제지역 군포, 구리 등에서 풍선효과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동안 대형 부동산대책이 나왔지만 집값은 일시적으로 잠잠해질 뿐 규제를 피해 수도권 곳곳의 집값이 단기에 올라버리는 현상이 잇따른 것이다.

대출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핀셋규제의 빈틈을 투기수요가 교묘하게 파고들어 집값을 밀어올리는 바람에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 불안을 키우는 역설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6월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비규제지역 가운데 최근 3개월간 주택 가격 상승률 1위는 군포시로, 3개월 새 9.44% 올랐다. 안산(3.97%), 인천(3.28%) 등도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특정 지역과 가격대를 겨냥하는 ‘핀셋 규제’가 한계를 드러내며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데 이를 반복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규제 밖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곳곳의 집값이 단기에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또 생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특정 지역에 대한 규제가 추가되면 규제 밖 지역에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또 나타날 뿐"이라면서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한데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보니, 중저가 주택들에까지 단기 투자를 하려는 흐름이 번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가 단기 안정책은 될지 몰라도 시장 왜곡과 불안을 키운다는 부작용이 있다"면서 "대출 규제가 강화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지고, 지역을 타깃으로 한 핀셋규제의 여파로 실수요자들이 서울에서 경기로, 매매 대신 전월세로, 아파트 대신 빌라 등으로 밀려나며 서민 주거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핀셋 규제는 풍선효과라는 부작용만 일으키는 만큼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시장으로 재편하기 위해서 차라리 광범위한 규제를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규제의 빈틈을 서둘러 채워야 한다"면서 "원칙적으로는 규제를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규제지역에서만 시행해온 ‘분양권 전매 제한’을 전국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금까지는 수도권이나 광역시에서 규제지역이 아니면 분양권 전매제한기간은 6개월으로, 청약에 당첨된 뒤 6개월만 지나면 웃돈을 얹어 팔 수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권 전매로 이익을 노리던 투자자들이 정부 규제가 미치지 않는 지방 대도시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게 하려면 전국 분양 시장에 대해 전매규제를 강화해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