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가입자는 늘었지만 MAU는 반년 사이 8.8%↓
넷플릭스 독주에 디즈니 오는데...국산 서비스 '각자도생'
디지털 옥외광고 등 B2B OTT 시장보고 일단 생존해야

SK텔레콤(017670)과 지상파 방송 3사의 연합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웨이브’의 누적 가입자는 늘고 있지만, 실제 이용자 수가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웨이브를 대신해 CJ ENM(035760)의 ‘티빙’, KT(030200)의 ‘시즌’ 등이 성장하는 가운데, 글로벌 공룡 OTT인 넷플릭스와 격차는 이미 크게 벌어졌다. 디즈니까지 한국 시장에 상륙하면 토종 OTT의 생존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일러스트= 안병현

17일 콘텐츠웨이브에 따르면 지상파 3사 OTT ‘푹’과 SK텔레콤의 ‘옥수수’가 통합해 지난해 9월 출범한 웨이브의 누적 가입자 수는 작년 6월말 453만명에서 현재 930만명 이상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매 분기 평균 약 20%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용자수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인 MAU(월간활성이용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MAU는 1개월 동안 1번 이상 서비스를 실제 사용한 사람 수를 집계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웨이브의 MAU는 지난해 10월 379만6936명에서 올해 5월 346만4579명으로 8.8% 감소했다.

가입자들의 증가세가 허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 이용자들은 과거의 ‘옥수수’보다 서비스와 혜택이 적어지고 요금제 가격만 높아졌다고 비판한다. 특히 웨이브는 CJ ENM 콘텐츠 수급을 못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콘텐츠웨이브 측은 " MAU는 신작 콘텐츠 인기에 따라 등락이 있어 가장 중요한 지표는 유료가입자 수로, 유료가입자 수는 지속 성장하고 있다"며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가 하반기 집중돼 있어 충분히 반등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로컬 콘텐츠 강화로 韓 시장 잡은 넷플릭스...웨이브와 격차 두배로 벌려

같은 기간 넷플릭스는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웨이브와의 격차를 2배로 벌렸다. 지난해 국내에서 5월 252만8084명에 불과했던 넷플릭스의 MAU는 올해 5월 637만4010명으로 급증했다.

‘킹덤’ 등 대작 오리지널 콘텐츠와 함께 국내 로컬 콘텐츠 수급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티빙, 왓챠 등과 서비스 통합 제안을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만약 이 제안이 현실로 이뤄진다면 지상파, 케이블, 영화 등 모든 카테고리서 막강한 콘텐츠를 보유한 서비스가 탄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 기업들 모두 이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있어 논의는 실체가 없는 상황이다. 국내 OTT 서비스 모두 당분간 ‘각자도생’ 할 것으로 전망된다.

콘텐츠웨이브 관계자는 "앞으로 여러 서비스들과 추가적인 제휴는 있을 수 있지만, 서비스 통합 제안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웨이브가 출범한지 일년도 안된만큼 (혼자서) 갈 길이 바쁘다"라고 말했다. CJ ENM과 왓챠도 관련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다. 특히 현재 CJ ENM의 경우 JTBC와 OTT 합작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디즈니마저 오는데... 실제 이용자 웨이브 제낀 티빙도 넷플릭의 54% 수준

티빙은 최근 1년간 MAU가 2배 증가하고, 시즌도 MAU 순증세이지만 넷플릭스를 쫓아가기는 벅찬 상황이다. 최근 일본 시장에 진출한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에도 들어오면 국산 OTT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 5월 티빙 MAU는 395만명으로 웨이브(394만명)를 앞질렀지만 넷플릭스(736만명)의 54% 수준에 머물고 있다.

조선DB

김용희 숭실대 교수(경영학과)는 "단순히 방송의 확장판인 모바일 IPTV 성격의 OTT로는 글로벌 서비스들과 경쟁에서 어렵다"면서 "웨이브, 시즌, 티빙 모두 지향점도 다르기 때문에 통합도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콘텐츠 특화와 동시에 향후 열릴 B2B OTT 시장을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김 교수는 "당분간 콘텐츠 수급에서 글로벌 사업자들에 경쟁력이 밀리겠지만 자율주행, 디지털 사이니지(디지털 기반 옥외광고) 등의 시장으로 OTT 생태계가 확장될 때까지 시장에서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