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상품인데 '네이버통장'으로 출시.. 명칭 논란
금감원 "소비자 오인할 수 있다… 위법 여부 검토 착수"
네이버 "출처 명확히 알려… 명칭만으로 지나친 규제"

네이버통장.

네이버가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출시한 '네이버통장'이 뜻밖의 난관에 봉착했다. 금융상품 명칭을 두고 위법성이 도마에 오르면서다. 금융당국은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를 염두에 두고 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반면 핀테크 업계 등 일각에서는 과거에 만들어진 법과 제도가 달라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에서 발급한 네이버통장이 이름에 ‘네이버’만 넣은 게 문제가 되지 않는지 살펴보고 있다. 마치 '네이버은행'에서 내놓은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통장은 지난 8일 네이버파이낸셜과 미래에셋대우가 함께 출시한 RP(환매조건부채권) 기반의 CMA(종합자산관리계좌)다. 일정 조건 아래 연 3%의 수익을 보장해주고, 추가로 네이버통장을 통해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충전, 결제하면 3%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네이버통장은 명칭만 봐서는 상품의 제조자(미래에셋)와 판매자(네이버)가 구분되지 않는다. 혹시 모를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시 책임은 미래에셋이 지는데 네이버만 앞세운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 관계자는 "네이버가 상품을 출시하면서 미래에셋 통장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지시켰으면 좋았을 텐데 네이버만 강조해 자칫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며 "자본시장법 등 금융 관련 법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CMA 자체가 갖는 리스크(위험)가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규제하는 게 과연 합리적이냐는 의문이 문제로 지적된다. CMA는 입금된 자금을 채권에 투자해 이자 수익을 얻는 금융상품이다. 보통 국공채나 신용우량채권 등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금손실 부담이 적고 투자위험 또한 증권사가 떠안는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가 일어날 개연성이 거의 없는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그렇다고 네이버통장과 같은 형태를 한 번 허용해주면 나중에 다른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입구.

최근 금융업계는 네이버통장처럼 판매사와 제조사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상품을 내놓는 게 트렌드처럼 되고 있다. 네이버통장이 출시된 같은 날 카카오페이도 하나은행과 협업해 ‘하나 카카오페이 통장’을 내놨다. 또 현대카드는 지난 4월 대한항공과 함께 ‘대한항공카드’를 출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아직까진 별 문제 없었지만 앞으로 보험, 펀드, 대출 등 리스크가 더 큰 상품까지 이같은 방식으로 출시하는 것을 허용해도 될 지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 2금융권인 상호저축은행에서 발행한 통장도 ‘네이버통장’으로 나온다면 괜찮냐는 것이다.

이번 논란으로 금융권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중개업자 성격도 갖는데 전자금융업자로만 등록 돼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중개업자가 되면 네이버는 타 금융사의 상품을 대신 소개하면서 만약 불완전 판매가 발생할 시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또 업자로서 각종 투자자보호를 위한 규제를 받게 된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중개업을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계속·반복적인 방법으로 금융투자상품을 중개하는 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 금융 전문 변호사는 "네이버가 미래에셋의 CMA를 플랫폼상에서 판매하는 게 영리행위로 볼 수 있는지와 수수료 구조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미래에셋과 연계했다는 것을 감춘 것도 아니고 상품 광고부터 가입 절차까지 미래에셋대우 CMA인 것을 분명히 알리고 있다"며 "명칭 그 자체만 네이버라 했다고 소비자가 오인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미래에셋으로부터 통장을 대신 판매한 대가를 받는 구조도 아니기 때문에 중개업자로 보는 건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말했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도 "정부에서 핀테크를 활성화시키겠다며 각종 정책을 내놓는데 명칭만 가지고 문제 삼는 건 이러한 기조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며 "금융사들이 중심이었던 ‘핀테크(금융+기술)’ 시대에서 IT기업이 중심이 되는 ‘테크핀(기술+금융)’ 시대로 바뀌고 있는데 과거 규율에 얽매여 전통 금융사와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게 맞는가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