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관이 수소연료전지에 관심을 갖는 주된 이유는 '정숙성' 때문이다. 수소연료전지는 내연기관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음이 발생하지 않아 적의 눈에 띄지 않게 은밀하게 기동할 수 있고 정찰·기습에도 용이하다. 대표적인게 잠수함의 공기불요추진체계(AIP)다.

아울러 군이 추진하고 있는 미래전투체계인 드론봇, 자율주행전차 등이 현실화됐을 때 작전지속능력을 높이려면 수소에너지같은 고효율, 고에너지밀도의 연료전지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첫 국산 3000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이 2018년 9월 14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진수됐다. 현재 우리 주력 잠수함인 1200·1800t급과 달리 탄도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고 2주 이상 수중에서만 작전이 가능해 강력한 대북 타격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수소연료전지 기반 AIP…3주간 물속에서 잠항 가능

디젤 잠수함은 보통 물 위에서 공기를 빨아들여 엔진을 가동하고 이를 통해 만든 전기를 축전지에 저장해 추진력을 얻는다. 축전지에 저장된 전기를 모두 쓰면 다시 물위로 올라와서 엔진을 작동해야 한다. 이같은 과정을 '스노클'이라고 한다. 외부 공기 유입을 위해 주기적으로 물 위로 부상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기불요추진체계(AIP)는 수중에서 공기 유입 없이도 전기를 발생시키는 시스템이다. 최대 2~3주 동안 부상하지 않고 잠항(潛航)이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다. 스노클을 하면 적에게 잠수함이 노출될 수 있는데, AIP가 있으면 스노클 없이도 물 속에서 견딜 수 있는 것이다. AIP 관련해선 다양한 기술들이 연구됐지만, 현재 수소연료전지에 산소와 수소를 투입해 잠수함 내에서 전기와 물을 생산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2018년 9월 진수된 '도산안창호함'(장보고 Ⅲ급)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15번째로 독자 설계한 첫 국산 3000t급 잠수함이다. AIP도 국산 기술이 처음으로 적용됐다. 범한산업이 개발한 150kW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 4개가 탑재된 것이다. 기동은 여전히 디젤 엔진으로 하지만 국산 기술의 수소연료전지가 AIP에 적용됐다. AIP는 지난 2006년 1800t급 잠수함인 손원일함에 처음으로 탑재됐지만 이는 독일 지멘스의 기술을 빌려온 것이었다.

도산안창호함은 AIP를 통해 3주 이상 수중작전이 가능하다. AIP가 없는 1200t급 잠수함인 장보고함은 잠행할 수 있는 시간이 2∼3일 정도에 불과하며 손원일함은 2주 정도다.

해군잠수함사령부 수소제조시설 안전관리책임자가 수소제조시설에서 자체 생산한 수소를 진해 군항에 정박 중인 이범석함에 공급하고 있다

◇잠수함사령부, AIP에 공급하는 수소 직접 제조

그간 군은 AIP에 수소를 공급하기 위해 국내 정유시설에서 생산된 수소연료를 특수차량으로 싣고 와야 했다. 이 방식은 절차가 복잡한 데다 이동 과정에서 사고 우려가 있었고 공급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비효율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는 잠수함사령부가 잠수함의 연료전지용 수소를 직접 제조할 수 있게 됐다. 수전해 방식의 수소제조시설을 부대 내에 설치한 것이다. 수전해 방식은 전기로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국내 대부분의 수소제조시설은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생기는 부생 수소를 사용하는데 잠수함사의 수소제조시설은 수전해 방식으로 물을 사용해 수소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환경친화적이다.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가 추출되면 이를 압축·저장한 뒤 고압 압축기를 통해 잠수함에 공급하게 된다. 잠수함사는 가스누출탐지기, 불꽃감지기 등을 설치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으며 가스산업기사 자격증을 보유하거나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주관하는 안전교육을 이수한 자에 한해 안전관리 책임자와 안전관리원을 임명했다.

육군정보학교 소속 드론 교관들이 2019년 5월 16일 경기도 이천시 육군정보학교 화랑연병장에서 자폭형 드론, 감시·정찰 드론, 수송 드론 등 다양한 드론을 띄워 기술 시연을 하고 있다.

◇미래전투체계 전력화 하려면 고효율 에너지 활용 필수

군이 추진하고 있는 미래전투체계인 드론봇, 자율주행전차 등이 전력화됐을 때 작전지속능력을 높이려면 수소에너지같은 고효율, 고에너지밀도의 연료전지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전기배터리보다 수소연료전지가 충전시간도 짧고 항속거리 확보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전시 작전지속능력을 보장하기 위한 기동형 충전시스템도 개발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시에는 수소충전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트레일러형 수소충전 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