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오는 17일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규제의 내용과 파급력에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대표적인 대책은 규제지역 확대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Gap) 투자’에 대한 규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부 효과를 내더라도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조선DB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20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잡히지 않는 주된 이유로 ‘갭투자’를 지목하고 본격적인 억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조정대상지역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인 보유·실거주기간을 현재 2년(1주택자 기준)보다 늘리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전세자금대출이 갭투자에 전용(轉用)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출 회수 기준을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서 시가 6억원 초과주택으로 낮추는 한편, 고가 주택 소유자의 경우에는 아예 전세 대출을 받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갭투자 규제가 ‘현금부자’들의 갭투자는 막지 못하고 실수요자들의 부담만 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많은 사람이 자금 문제 때문에 일단 전세를 끼고 집을 샀다가 나중에 들어간다"며 "무조건 갭투자라고 판단해 막아버린다면 실수요자가 집을 구하기는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돈이 있는 사람들에겐 별다른 제한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도 "대출 규제는 돈이 부족한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 것을 어렵게 만들면서 현금부자들의 갭투자를 막지 못할 수 있다"면서 "갭투자자들은 거주기간에 상관없이 이익이 나면 (집을) 처분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의무 거주기간을 늘리는 것도 결국 실수요자들에게만 부담일 수 있다"고 했다.

갭투자 규제가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고 교수는 "갭투자는 전세 매물 순환을 통해 전세 물량을 늘리는 순기능이 있는데, 실거주기간을 연장하면 전세 매물이 순환되지 않아 전세 물량이 줄게 된다"면서 "실수요자 입장에서 주거비용이나 내집 마련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정부·여당이 주택임대차보호법 강화로 전세시장을 흔드는 와중에, 갭투자 규제로 전세 물량까지 줄어든다면 전세시장의 추가적 자극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대책에는 기존 비(非)규제 지역에 대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확대도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당초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인천 연수구·서구를 비롯해 경기 군포·화성 동탄1·안산 단원구 등이 추가 규제지역으로 언급됐으나, 경기 김포·고양·파주 등 접경 지역을 제외한 경기도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고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정대상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에는 50%, 9억원 초과엔 30%가 적용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은 50%로 묶이며 청약 1순위 요건도 강화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고, 9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20%로 낮아진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집값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윤 수석연구원은 "핀셋 규제로 풍선효과라는 부작용이 나타났으니 광역규제로 넓히는 것"이라면서도 "수원·용인의 경우 조정대상지역 지정만으로 집값이 잡히지는 않았다. 이번 규제로도 상승세가 잡히는 데는 한계가 있고, 상승 폭을 늦추는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요억제책만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려운 만큼, 양질의 물량을 공급하는 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