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온라인 구매 실패했습니다. 공적 마스크라도 판매 끝날 때까지 최대한 쟁이려고요"

광주광역시에서 한 살 난 아기를 키우고 있는 A(29)씨는 최근 본인과 남편 명의까지 총동원해 매주 약국에서 소형 공적 마스크를 9개씩 사모으고 있다. 국산 마스크 수급 대란이 다시 올까 걱정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초소형 보건용 마스크(유아용 마스크)까지 한 개당 2000원 이상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사려고 해도 순식간에 품절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A씨는 "지난 달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줄 알고 국산 베이비 마스크를 중고로 판 게 너무 후회된다"며 "이번달 말에 공적 마스크마저 판매가 끝나면 지난 2월처럼 마스크를 구하는게 어려워질까 무섭다"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 4월 6일 오전 서울 시내의 모 약국에서 한 시민이 공적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최근 날씨가 더워지자 국산 덴탈 마스크와 KF-AD 등급의 비말(침방울) 차단용 마스크가 수급 대란을 일으키며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 가능한 덴탈 마스크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국산이거나 중국산 뿐이다. 약국에서 판매해오던 공적 마스크 역시 이달 말을 기점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가운데, 국산 마스크 사재기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15일 오픈마켓 G마켓에서는 국산 덴탈 마스크 1박스(50매입)가 9만7000원에 판매 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직전인 1월 초 가격(6300원)과 비교하면 5개월 만에 15배 이상 올랐다. 장당 500원 수준의 저렴한 마스크는 전부 중국산이었다.

식품안전의약처에 따르면 수술용으로 쓰이는 국산 덴탈 마스크와 KF-AD 등급의 비말 차단용 마스크는 식약처 인증을 받은 ‘의약외품’이다. 이 제품들은 방수성이 인증돼 비말 차단 효과가 검증된 반면 대부분의 중국산 1회용 마스크는 식약처 인증을 받지 않아 비말 차단 성능을 장담할 수 없다. 마스크의 비말 차단 여부를 확인하려면 국가기술표준원의 KC(Korea Certification)인증이 아닌 식약처의 KF(Korea Filter) 인증을 거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적 마스크까지 판매 종료를 앞두자, 그동안 국산 덴탈 마스크나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공적 마스크에 의존해 온 사람들은 "이제 어디 가서 국산 마스크를 사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경기 부천에 거주하는 회사원 B씨(26)는 미리 사둔 50매짜리 국산 덴탈 마스크가 바닥을 보여 같은 제품을 다시 구매하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온라인 쇼핑몰을 들여다 봤지만 매번 구매에 실패했다. 집 근처 마트에서 국산 덴탈 마스크를 박스로 판다고 해 문의해 봤지만 새벽 6시부터 줄을 서야 살 수 있다는 안내를 받고 포기했다.

B씨는 "얇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우선은 두꺼운 공적 마스크(보건용 마스크)에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산 1회용 마스크는 비말 차단 효과가 떨어진다고 해 국산을 사려고 하는데 대부분 품절이거나 공적 마스크보다 값이 비싸 못 사고 있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C(22)씨는 지난 2월처럼 마스크 사재기 문제가 또 발생할까 걱정했다. C씨는 "국산 덴탈 마스크는 가격이 급등해 구매가 어렵고 비말 차단용 마스크는 애초에 물량이 없어 시도도 못했다"며 "공적 마스크 판매가 끝나면 보건용 마스크에 수요가 몰려 못 사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KF AD 등급 비말 마스크도 공적 마스크로 팔아야 할 판국에 왜 공적 판매를 끝내려는 건지 모르겠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또 마스크 사러 줄 서야 되는 거 아니냐" "공적 판매가 안 된다면 5부제라도 해달라"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3월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을 찾은 시민들이 공적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정부는 현재 국내 마스크 생산량이 충분한 데다 재고도 늘고 있어 수급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마스크 생산 신고제는 계속 유지하고 매점매석 단속을 강화해 시장 교란을 계속해서 막겠다는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보건용 마스크 일일 생산량은 1800만장이고 재고도 2억장가량 된다"며 "공적 판매 종료 이후의 사재기 우려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현재로서는 공적 판매량이 급증하거나 급락하는 모습 없이 안정적인 상태"라고 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1월 일일 생산량은 약 600만장으로 현재 생산량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이 관계자는 KF AD 등급 비말 마스크의 공적 판매 가능성에 대해서도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공적 판매가 가능하려면 생산량을 늘리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는 "하루에 공적마스크가 700만장 넘게 팔리는데 비말 마스크는 아직 일일 생산량이 수십만장 수준"이라며 "우선 이번달 말까지 100만장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정부는 공적 마스크의 1인당 구매 가능 수량을 점차 늘려가는 한편, 코로나 2차 대유행에 대비해 약 2주 동안 공급 가능한 정도의 재고를 비축해 언제든 공적 판매를 재가동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달 말 종료되는 공적 마스크 계약의 연장 여부도 이달 안에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