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점수가 67점입니다. 무주택 기간이 너무 길었는데, 이젠 정말 집 한 채 장만하고 싶어요. 그래야 가족들에게도 얼굴이 섭니다. 개포 1단지가 나오면 어떻게 청약을 넣어야 당첨이 될까요?"

갈수록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청약 전략 컨설팅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청약은 웬만큼 점수가 높지 않으면 당첨권에 들 수도 없어 고가점자들 사이에서도 고민이 많기 때문이다. 어떤 평형대를 골라야 할 지, 평면도는 어떤 것을 신청해야 당첨권에 들 지 고민이 커지자 이들은 청약 전략 컨설팅 서비스까지 찾고 있다.

일러스트=김란희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통한 청약 전략 컨설팅 서비스가 속속 마련되고 있다. 한 번 상담을 받는 데 1만5000~2만원 정도 하는 컨설팅 서비스다. 청약 점수와 청약할 아파트 몇 곳을 얘기하면 전략을 제시해준다. 분양 공고가 나면 컨설팅 신청자가 많아진다. 분양공고가 나야 각 평형과 평면에 따른 일반분양 가구 수가 나오기 때문이다.

청약 전략 컨설팅 서비스 업체에서는 청약 컨설팅을 받는 사람들이 원하는 평형과 평면, 청약점수 등의 데이터를 고려하고, 각종 커뮤니티의 상담 글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나름의 결과를 도출한다고 주장한다. 한 서비스업체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청약점수를 듣고 애매하다 싶으면 비선호 평형을 소개해주는 방식으로 청약 당첨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컨설팅 서비스를 받아본 사람들의 후기는 ‘점집’과 비슷했다는 반응도 많다. 걱정을 토로하면서 불안감을 해소하는 정도라는 것이다. 청약 트렌드를 분석해주고, 선호·비선호 평형과 평면을 소개해주는 정도에 그치는 데다, 어차피 결과에도 책임지지 않는다.

청약 컨설팅 서비스를 받아본 김재열(46)씨는 "개포 프레지던스자이(개포 4단지)에 청약할 때 소형(49m²·59m²)은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84m²를 넣으라고 했는데 결국 1점 차이로 떨어졌다"면서 "그 당시 불안감을 해소시켜주고 걱정을 나눠주는 위안 정도의 효과였다"고 했다.

청약 컨설팅 서비스까지 나오는 것은 청약에 당첨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만 받으면 앉아서 수억원의 평가이익을 볼 수 있는 강남권 단지들은 고가점자들이 총 출동하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르엘 신반포 센트럴(서울 서초구 잠원동 반포우성)의 4개 주택형(전용 59.9m², 84.3m²A, 84m²B, 84.9m²C) 135가구의 당첨 최저점은 모두 69점이었다. 청약가점이 69점이 되려면 4인 가족 기준으로 무주택기간 15년(32점)에 청약 통장 가입기간이 15년 이상(17점)돼야 한다. 만 30세 이후 부터 무주택기간이 산정된다고 하면, 적어도 45살 세대주만이 일반분양을 당첨될 수 있다는 뜻이다.

3월 분양한 르엘 신반포(신반포 14차)나 개포프레지던스자이(개포 4단지)의 상황도 비슷하다. 르엘 신반포의 당첨 최저점은 62점(54m²), 개포프레지던스자이의 당첨 최저점은 64점(59m²·78m²)이었다.

하지만 청약 컨설팅을 찾는 사람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분양가가 더 낮아지는 만큼 점수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청약점수가 70점인 한 청약 대기자는 "위례 청약에서 아깝게 떨어졌다"면서 "이번만큼은 되고 싶은데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하니 어디를 어떻게 넣어야 할 지 도움 받을 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청약 컨설팅 서비스는 주로 부동산 매매 법인 투자자들이 하고 있다. 부동산 법인 투자자들은 지난 해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개인 명의로 투자할 때보다 양도세를 적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법인을 낼 때 사업 목적에 추가로 임대업과 컨설팅업, 교육업, 부동산 관리업 등을 첨가해서 다양한 사업을 하는 것이다.

한 법인 투자자는 "월세를 받아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하는데, 자본이 많지 않고 대출 규제가 많아 전세로만 주택을 사 모으고 있다"면서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해 컨설팅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잘 알고 있으니 지금까지 집 한 번 사보지 않은 무주택자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비용도 과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