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미국 내 대형 점포 문을 닫고, 픽업 매장을 대거 늘린다.

팻 그리스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0일(현지 시각)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앞으로 18개월 동안 미국 내 매장 400여개를 폐쇄할 것"이라며 "대신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대도시에 더 많은 픽업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가 말하는 ‘픽업’ 매장은 우리나라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단순한 테이크 아웃형 매장이 아니다. 대면(對面) 주문이 불가능하고, 스마트폰 스타벅스 모바일 앱을 통해서만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주문 후 픽업’ 매장 형태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11월 뉴욕 맨해튼 중심가인 펜 플라자에 첫 픽업 매장을 열었다.

CNBC는 "픽업 매장 전환이 어려운 기존 교외 매장에는 실내로 들어오지 않더라도 도보로 접근해 간편하게 픽업할 수 있는 키오스크, 차를 타고 모바일 픽업 주문을 받을 수 있는 코너, 추가 드라이브 스루 레인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스타벅스는 최근 음식 배달 서비스 우버이츠(Uber Eats)와 파트너십을 맺고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는 등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소비자 경험(consumer experience)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스타벅스 픽업 전문매장.

당초 스타벅스는 3~5년에 걸쳐 단위 면적 당 매출이 적은 대형 매장들을 닫고, 인건비와 유지비가 현저히 적은 픽업 매장을 늘리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미국을 휩쓸기 시작하고, 매장에 머무르는 소비자보다 픽업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자 매장 재편 계획을 앞당겼다. ‘커피와 공간을 팝니다’고 말했던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자 철학에 손을 댈 정도로 중요한 시기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경제매체들은 일제히 스타벅스가 오는 28일로 끝나는 회계연도 3분기에 주당 순손실 65~79센트를 기록하고, 조정 주당 순손실은 55~70센트를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분기 대비 매출이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나 줄었다.

올해 미국서 새로 열기로 한 매장 수도 600개에서 300개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전체 동일 점포 매출이 미국에서 10%, 중국에서는 20%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봉쇄령이 끝나면서 6월 기준 미국 매장 가운데 95%가 다시 문을 열었고, 중국에서도 90% 매장이 코로나19 이전 영업시간을 준수하는 가운데 내놓은 실적 예상치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는 스타벅스의 결정에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를 하면서도, ‘원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즈(NYT)는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닌 공간을 파는 곳으로 자사를 브랜드화해 성공했고, 이후에도 다른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에서 살 수 없는 가치들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면서 성장했다"며 "블루보틀을 포함해 스타벅스보다 더 고급스러운 커피 품질을 앞세우는 프리미엄 스페셜티(specialty) 커피업체들의 도전이 거센 가운데, 픽업 매장 중심으로 입지를 넓히는 전략은 불확실성이 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