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중국의 새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거세지고 있지만 일부 부동산 시장에는 여전히 온기가 감돌고 있다.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인 홍콩이 코로나 사태와 더불어 정치, 경제적으로 불안해지더라도 결국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 잡지 못할 것이란 인식에 부동산을 매수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홍콩의 위상이 위협을 받더라도 비싼 부동산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퍼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싼 곳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홍콩의 빅토리아 피크.

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홍콩이 혼란스러운 시기에도 부동산 시장에는 여전히 ‘안전한 투자’라고 여기는 매수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카우룽 중심부의 더 캠프턴 프로젝트에서 94채의 아파트에 입찰할 기회를 얻기 위해 수십명의 매수 희망자들이 줄을 섰다.

가격은 침실 1개짜리 콘도 한채가 680만 홍콩달러(약 10억5600만원)에서 시작했는데, 8시간 만에 1채를 제외한 모든 유닛이 팔렸다.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자)인 차이나 밴크에는 8억8000만 홍콩달러(약 1366억9000만원)가 들어왔다.

침사추이 동네에 입성한 리라씨는 "정치시스템과 경제가 불안하면 현금 가치가 빠르게 하락한다"면서 "보안법 문제가 민감한 만큼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아파트를 사는데 돈을 다 써버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물론 보안법 위기로 고도의 자치권을 갖던 홍콩의 특수 지위가 박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현재 부동산을 사기엔 ‘최적의 시기’가 아니라는 인식도 있다. 이로 인해 홍콩 내 자본 유출이 이뤄지고 홍콩 경제가 올해 기록적인 7%의 위축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일부 주민들에게는 오히려 다른 자산보다는 부동산에 더 베팅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디벨로퍼에 따르면 지난달 선흥 카이 프로퍼티 주식회사는 298채의 아파트 중 97%를 하루만에 팔아 20억 홍콩달러(약 3100억원)를 벌어 들였다.

주부 리씨는 "홍콩의 주택 공급이 수요를 절대 따라 잡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주택 시장이 악화되는 경기를 견뎌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홍콩은 아주 작은 곳"이라면서 "20년 전과 지금 집값을 보면 그때 산 부동산이 모두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콩의 주택 가격은 지난 20년 동안 급등했다. 센탈린부동산에이전시의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230% 급등했다. 자산이 항상 ‘안식처’가 될 것이라는 홍콩 주민들의 인식이 공고해졌기 때문이다.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올해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1.2% 올랐고 센탈린지수 기준으로는 현재 부동산 가격이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런던과 싱가포르 등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량이 줄어들었음에도 홍콩은 지난 5월에 12개월만에 최고치인 6885건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사빌스 플렉스의 사이먼 스미스 리서치앤컨설팅 대표는 "특히 홍콩 시장이 접근하기 어려운(비싼) 부동산의 대명사가 됐다고 생각하면, 그동안의 (위기에도) 부동산 가격은 회복력이 있는 것으로 판명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낮은 실질 금리와 함께 홍콩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코로나 대유행을 처리하고 있는 것도 (부동산 시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모간스탠리의 프라벤 처드하리 등 애널리스트들도 홍콩의 부동산은 장기적으로 공급 제한에 따른 주택 소유율과 ‘제로(0)’에 근접한 금리에 따른 수요가 시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홍콩의 부동산 시장에 위험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문을 닫고 실업률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주택담보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이들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와 소매 판매 감소로 부동산 관련 주식들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업체인 사빌스는 올해 홍콩의 부동산 가격이 5%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