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친중(親中) 세력 구심점 역할을 하던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이 유권자에게 탄핵당했다. 대만 내에서 갈수록 짙어지는 반중 정서 탓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6일 대만 언론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가오슝시 유권자 가운데 97%가 넘는 절대다수가 한궈위 시장 탄핵 여부를 묻는 소환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궈위는 2018년 대만 지방선거에서 반중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20년 '텃밭'이던 가오슝 시장에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키며 친중성향 중국국민당(국민당) 간판 주자로 떠오른 인물. 이 여세를 몰아 올해 1월 대만 총통선거에서는 연임에 도전한 현 차이잉원(蔡英文) 후보와 맞붙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가오슝시 유권자 96만9259명(투표율 42.14%)가 참여한 투표에서 93만990명(97.4%)은 ‘총통선거에 나가면서 시정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한 시장 파면에 찬성표를 던졌다. 2018년 11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1년 반만에 시장직을 잃게 된 것이다. 한궈위 시장 손을 들어준 반대표는 2만5051표(2.6%)에 그쳤다.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

대만 선거파면법 등 관계 법령상 소환 투표에서 파면 찬성이 반대보다 많고, 파면 찬성자가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을 넘으면 해당 지차체장은 탄핵된다.

이날 파면안이 가결되면서 한 시장은 대만 역사상 처음으로 ‘유권자에게 중도 소환된 첫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한 시장은 이날 투표 결과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냈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이 추진하려던 사업이 많았지만 계속 수행할 수 없어 유감"이라면서도 "가오슝의 밝은 미래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가오슝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앞으로 7일 이내에 이번 투표 결과를 확정해 공고한다. 이 공고가 나면 한궈위는 완전히 시장직을 잃게 된다. 파면이 확정되면 6개월 이내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대만 정치 전문가들은 한 시장 탄핵 운동에 시민 다수가 동의한 배경에는 대만에서 계속 고조되는 반중 정서가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한 시장이 정치적 토대를 둔 국민당은 중국 본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집권 세력인 민진당보다 안정적인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를 중요시해 '친중 세력'으로 인식된다.

한때 대만에서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중국과 손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총통 선거를 앞두고 한 시장 지지율이 한때 차이잉원 현 총통을 압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계기로 대만 내 반중 정서가 급속히 고조되면서 결국 한 시장은 정치 인생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결과에 모든 정치인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인민이 부여한 권력은 당연히 다시 인민이 거둬갈 수 있다"고 적었다.

이어 "견해가 달라도 평화적으로 표출하는 것이야말로 대만 민주주의의 가장 위대한 점"이라며 "대만 사회가 빠르게 단결해 새로운 도전에 대응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