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침체에 빠졌던 경기도 평택 부동산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아파트 가격을 억눌러 온 공급과잉이 해소되고, 지역 경제도 활기를 띄기 시작하면서 반등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저평가된 비규제지역을 떠도는 유동성이 몰려 나타난 현상일수도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 경기 평택캠퍼스 전경

6일 한국감정원의 5월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평택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2017년 11월=100)는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해 86.77로 올라왔다. 2월까지 31개월 연속 하락했던 것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반등의 신호로 볼 수 있다.

신축단지가 밀집한 평택시 용이동의 ‘평택비전센트럴레푸르지오’ 전용 84㎡의 실거래가는 지난 1월 2억9405만원(4층)에서 5월 3억7800만원(11층)까지 4개월새 8400만원 가까이 올랐다. 매매가 상승률은 28.56%에 이른다. 인근 ‘평택비전레이크푸르지오’의 경우도 같은 기간 전용84㎡ 매매가격이 3억5000만원(8층)에서 4억1000만원(23층)으로 6000만원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평택 아파트 가격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최근 몇년새 누적된 공급과잉의 해소를 꼽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평택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 2015년 4476가구에서 매년 늘어나 2018년 9145가구, 2019년 1만6708가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2690가구까지 미분양 아파트가 늘었지만, 지난 4월에는 686가구로 크게 줄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그동안 경기도 내 미분양 물량 1~2위를 차지하던 평택이 미분양 부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수급균형에 이르고 있다"며 "앞으로도 큰 걸림돌은 나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평택 지역산업 활성화도 가격 상승의 동인(動因)이다. 주한미군 사령부·유엔군 사령부가 이전해 4만3000명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평택 미군기지는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고덕신도시에는 삼성전자가 133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박합수 위원은 "평택 지역 산업체계가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아파트 가격도 바닥다지기를 끝내고 상승 초입 단계로 진입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중 유동성의 갭(gap) 메우기로 인한 가격 상승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반등세를 믿고 무작정 투자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에서 저평가된 비규제지역에 돈이 몰리고 있다"면서 "평택도 하락 피로감이 누적되던 차에 규제 풍선효과로 가격이 상승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끊임없이 대체투자처를 찾아나서는 유동성이 평택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몰려 평택에 수요유입이 꾸준히 이어지지 못하면 아파트 가격도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올해와 내년에 각각 7000여 가구의 입주물량이 예고돼있어 내년까지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