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비스로 돈 벌어 '우주 개발' 꿈 이룬 경쟁자
한때 같이 식사도…로켓 발사대 계약 두고 대립
로켓 특허 두고 소송도…개발 방식 두고도 의견 차

"아마존을 해체할 시간이다. 독점은 틀렸어!"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를 대놓고 저격하는 글을 썼다.

이 트윗이 화제가 되며 온라인 기반의 서비스로 나란히 억만장자가 된 뒤 '우주 탐사'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 경쟁하는 두 사람의 복잡미묘한 관계가 주목 받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CEO).

4일(현지시각)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아마존을 저격한 이유는 코로나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전자책 출판을 거절했다는 이유에서다.

머스크가 아마존과 베이조스에 대해 반감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

‘우주 탐사’라는 어렸을 적 꿈을 사업으로 확장시킨 두 사람은 라이벌로서 상대방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SNS, 인터뷰 등을 통해 서로를 조롱하고 비방했다.

두 사람이 처음부터 앙숙이었던 건 아니다. 2004년에는 같이 만나 점심식사를 하기도 했다.

베이조스가 아마존의 성공을 발판 삼아 오랜 꿈이었던 우주 탐사를 목표로 2000년 블루오리진을 창업하고, 그로부터 2년 뒤 머스크가 페이팔을 거액에 매각한 돈으로 스페이스X를 창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머스크는 베이조스와의 만남에 대해 "사실 좋은 조언을 해주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그가 대부분 무시했다"며 후일담을 전했다. 그다지 유쾌한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사업 초기 단계였던 만큼 서로에게 경쟁심을 강하게 느낄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우주선을 띄울 수 있는 건 정부 뿐이라는 생각이 팽배했던 당시 우주 개발이라는 무모한 꿈을 밀어붙이는 ‘괴짜 부자’라는 평가를 받던 두 사람이 동질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두 사람이 틀어진 건 10여년이 지나 로켓 개발이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서다. 2013년 미 항공우주국(NASA)이 안 쓰게 된 로켓 발사대 39A를 장기 임대할 계약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이 맞붙었다.

아폴로 11호를 쏘아올렸던 역사적인 발사대를 두고 두 사람은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결국 스페이스X에게 돌아갔다. 블루오리진은 부당하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스페이스X가 필요하다면 다른 민간기업에게도 발사대를 공유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일단락 됐다.

이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을 만드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두고 부딪혔다. 블루오리진이 출원한 특허가 2014년 인정 받자 스페이스X가 이 특허를 무효로 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특허 15개 가운데 13개를 철회해 스페이스X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30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에 있는 나사(NASA)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크루 드래건을 실은 발사체인 펠컨9의 발사 성공 소식을 듣고 두 팔을 번쩍 들고 있다.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만큼 트위터에 많은 글을 올리는 헤비유저인 만큼 두 사람의 상호 비방과 조롱의 주 무대는 트위터 였다.

2015년 11월 블루오리진이 민간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무인 우주선을 발사한 뒤 다시 착륙시키는 로켓 재활용에 성공한 뒤 베이조스가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중고 로켓"이라는 트윗을 썼다.

이에 머스크는 "그렇게 진귀하지는 않다"며 "우주와 궤도의 차이를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블루오리진의 우주선이 위성이 지구 주위를 돌 수 있는 우주까지 나가지 못하고 지구 궤도에 머물렀다는 점을 비꼰 것이다.

그로부터 한달도 채 안돼 스페이스X의 팰컨 9호가 이륙 후 다시 착륙하는 데 성공하자 베이조스는 트위터에 "착륙 클럽의 가입을 환영한다"고 썼다. 축하 인사처럼 보이지만 스페이스X가 블루오리진에 비해 한발 늦었음을 조롱하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우주탐사라는 꿈에 한발 더 다갈수록 두 사람의 신경전이 거세졌다. 지난해 4월 아마존이 3200개의 인터넷 위성을 발사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자 머스크가 기사를 공유하며 '카피캣'이라는 글을 썼다.

머스크가 2015년부터 1만2000개의 위성으로 이뤄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드는 계획을 공공연하게 말해왔는데, 이런 내용을 베이조스가 베꼈다고 조롱한 것이다. 이 기간 아마존이 스페이스X에서 쫓겨난 전 부사장을 블루오리진에 영입한 것도 머스크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베이조스가 작년 5월 공개한 달 착륙선 블루문.

베이조스는 작년 5월 거대한 달 착륙선 '블루문'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화성보다는 달이 보다 현실적인 목적지라고 묘사하며 머스크의 화성 식민지화 계획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베이조스는 화성보다는 지구와 가깝고 물과 햇빛이 있는 달이 인류의 다음 정착지로
적합하다고 본다. 그는 지구를 인간의 주거와 경공업 지역으로 쓰고 달에 중공업 산업을 이전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반면 베이조스는 인류 전체를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의 대립은 단순히 업계 경쟁자 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다른 성격과 경영 스타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주개발 산업에서 경쟁하는 억만장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 '타이탄'을 쓴 저자 크리스천 데이븐포트는 머스크를 '자신만만한 토끼'로, 베이조스는 '비밀스럽고 느린 거북이'로 비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