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주거브랜드 리뉴얼이나 네이밍 변경에 힘쓰고 있다. 최근 불고 있는 주거용 아파트의 고급화 분위기에 발맞춘 움직임이다. 과거 갖고 있던 브랜드 이미지를 더 고급화하면 궁극적으로 분양성적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됐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e편한세상’ 출범 20주년을 맞아 8년 만에 브랜드를 리뉴얼했다. 대림산업은 e편한세상의 새 슬로건으로 ‘엑설런트 라이프(For Excellent Life)’를 내걸었다. ‘최고의 삶’을 선사하는 주거 브랜드가 되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브랜드 이미지(BI·브랜드 아이덴티티)도 변경했다. ‘e편한세상’하면 떠오르는 상징(심볼)인 구름과 오렌지 컬러를 강조하는 대신, 브랜드 명칭은 삭제했다.

새로운 e편한세상 BI는 내달 입주 예정인 ‘e편한세상 송파 파크센트럴’과 ‘e편한세상 옥정 메트로포레’에 처음 적용된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단지들은 인허가 절차를 통해 새로운 BI 디자인을 적용할 계획이다.

새로운 BI가 적용된 ‘e편한세상 옥정 메트로포레’ 문주.

건설사들이 브랜드를 수정하는 것은 고급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일부 건설사들은 브랜드 교체를 잘만 하면 분양 성적도 좋아진다고 보고 있다.

한화건설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 새 아파트 브랜드 ‘포레나’의 공식 홈페이지를 열었다. 기존 주거브랜드 ‘꿈에그린’을 없애고 포레나로 전면 리뉴얼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한화건설이 지난 2018년 경상남도 거제시에 분양한 재건축 단지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잔여 물량이 다수 남았었지만, 최근 포레나로 단지명을 바꾸면서 완판에 성공했다.

한화건설은 작년에도 미분양 관리지역이었던 천안에서 ‘포레나 천안 두정’을 3개월 동안 모두 판매했다. 이 단지를 포함해 작년 8월 포레나 브랜드 런칭 이후 6개 단지 물량이 모두 팔렸다. 입주민들의 브랜드 변경 요청도 많아 지금까지 기존 분양 단지 10곳(총 6674가구)을 포레나 브랜드로 변경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포레나 브랜드에 대한 반응이 괜찮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기존 브랜드를 그대로 두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별도로 내놓기도 한다. 대림산업의 ‘아크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써밋’에 이어 롯데건설도 ‘르엘’을 론칭했다. 재건축·재개발 수주를 따내고 분양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브랜드 리뉴얼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브랜드를 버리고 새 브랜드를 단다는 것이 경영 측면에서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많은 건설사가 고급화 전략에 발맞춘 브랜드 리뉴얼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시장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돌파구로 삼는 방법 중 하나가 브랜드 리뉴얼"이라며 "앞으로도 브랜드 파워가 센 건설사들이 수주에도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