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기 신도시의 사전청약제를 실시하는 등 내년 말부터 분양을 본격화하겠다고 발표하자 청약 대기자가 몰리면서 신도시 지역의 전셋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신도시 예정지 사이에도 전셋값 상승률은 차이를 보여 벌써 수요자들의 선호 지역이 나타나는 양상이다.

3기 신도시 입지와 주요 교통망.

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월 넷째 주 경기도의 전셋값은 0.12% 올랐다. 3기 신도시 예정지 중에서 하남은 0.31%, 고양 덕양구는 0.26% 올랐고, 남양주는 0.06%, 부천 0.06%, 인천 계양구는 0.05% 상승했다. 과천의 전셋값은 0.71% 하락세를 보였다. 하남과 고양 덕양구는 경기도 평균 상승률을 웃돈 반면 남양주와 부천, 인천 계양구, 과천은 평균 상승률보다 낮았다.

정부는 지구계획 수립과 토지보상 등 보상절차를 거쳐 내년부터는 3기 신도시 입주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해당 지역에 2년 이상 거주할 경우 청약에서 1순위를 받기 유리한 만큼 청약을 미리 준비하는 전세 수요가 벌써 유입되고 있다.

3기 신도시 예정지 사이에서도 전셋값의 향방이 갈리는 것은 서울과의 접근성 때문이다. 강남권 진입이 빨라 사실상 준강남으로 불리는 하남시의 전셋값이 가장 빠르게 상승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에 더해 하남에는 지하철 5호선 연장선이 올해 개통을 앞두고 있고, 국토부가 최근 하남시청을 서울 송파방면으로 연결하는 교통개선안을 발표하면서 강남 접근성은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하남~강남까지 30분 내 출퇴근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고양 덕양구 역시 1기 신도시인 일산보다 가까운 서울과의 접근성 덕분에 높은 전셋값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인프라가 확충되고 있는데다 광역 교통망 개발 계획도 발표되면서 집값도 상승 중이다. 마포구 상암동과 영등포 양평동을 잇는 왕복 6차선 월드컵대교가 올해 12월 준공될 예정이다.

다만 역시 준강남권으로 인기가 높은 과천은 1순위 청약요건이 의무 거주 1년에서 2년으로 강화된데다 과천지식정보타운의 민간아파트 분양이 대부분 올해 안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신도시 중 강남권 진입이 가까운 과천의 인기가 여전히 크다는 것에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이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3기 신도시 지역으로 몰리는 만큼 이들 지역에서는 당분간 전세시장 불안정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보상과 사업승인 등이 끝나야 분양에 들어가는 만큼 청약대기자들도 내후년쯤을 예상하고 준비하는 것"이라면서 "하남은 강남4구와 가깝고 고양 덕양구는 일산보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반면, 상대적으로 먼 인천 계양구와 부천, 남양주 왕숙 등 지역은 선호도가 떨어져 전셋값에 반영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청약대기자들이 접근성과 전망 등이 더 좋은 곳을 미리 알고 움직이는 게 전세 수요에 반영되고 있다"면서 "3기 신도시 대기수요와 정부가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보호 3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 등을 볼 때 당분간 전세 시장의 불안정은 불가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