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강도' 코로나 방역대책 설계한 역학학자 "봉쇄령 강화 했어야"
노르웨이·덴마크, 스웨덴에 국경개방 안하기로 하자 여론 '흔들'
"코로나 계기로 국제사회서 고립될까 우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강력한 도시봉쇄를 거부하며 국경은 물론 학교와 상점을 열어뒀던 스웨덴이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 정책을 설계한 전염병 전문의가 자국의 정책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지난 4월 22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한 공원에 시민들이 나와있다.

2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웨덴의 코로나 방역 정책을 설계한 국립 역학학자 앤더스 테그넬은 이날 스웨덴 공영 라디오 방송국 SR에 출연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테그넬은 "만약 오늘날 알고 있는 질병과 정확히 똑같은 질병을 맞닥뜨리게 된다면, 스웨덴의 방식과 전세계가 택한 방식의 중간지점을 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스웨덴의 강도 낮은 도시 봉쇄에 실수가 있었음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눈에 띈다고 FT는 보도했다. 테그넬이 그동안 미국, 유럽 등 다른 국가가 시행한 국경 봉쇄, 이동 제한, 상점 폐쇄 등의 강력한 도시봉쇄를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국경을 닫고 국민들의 이동을 제한하며 상점을 폐쇄시키는 강도 높은 이동 제한령을 내리는 동안 스웨덴은 국경은 물론 학교, 상점도 열게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요하기보단 국민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이런 정책으로 인해 스웨덴 정부가 국민들 상당수가 코로나에 감염되도록 하는 집단면역을 추진한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정부는 그런 목적은 아니라고 밝혔다.

스웨덴 국민들은 높은 시민의식에 대한 정부의 신뢰를 근거로 이런 정책에 지지를 보냈으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이웃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와 덴마크가 상대국에 대한 국경을 열면서, 스웨덴에 대해서는 개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코로나 감염률이 너무 높다는 이유에서다. 스웨덴의 감염자는 4만명으로 1만명 안팎인 노르웨이와 덴마크의 4배다.

전직 스웨덴 고위 외교관은 "국민들은 우리의 가까운 북유럽 이웃이 우리에게 국경을 닫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택한 전략이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 것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이 코로나를 계기로 외교적 고립주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웨덴은 유럽연합(EU)이 발표한 7500억유로(1023조2000억원) 규모의 코로나 기금에 반대하자 주변국가로부터 '알뜰하다'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스톡홀름 상공회의소의 안드레아스 하츠게오르지우 소장은 "장기적으로 코로나 퇴치 조치가 보호주의, 고립주의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며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조만간 외국과의 무역과 관광을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