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에 의해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한 사건에 대한 항의로 시작된 시위가 전 세계 10대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당시 트위터의 역할이 컸던 것과 비슷하게, 이번에는 중국의 동영상 전문 소셜미디어 ‘틱톡’이 소통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0대 청소년들이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통해 조지 플로이드 시위에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하고 있다.

3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은 "틱톡이 청소년들을 위한 정치적 담론의 플랫폼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틱톡은 15초~1분가량의 짧은 동영상을 올리는 플랫폼으로 본사인 중국을 넘어 미국, 동남아 등 전 세계 10대들에게 인기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게 과잉 진압을 당해 사망하는 동영상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10대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조지 플로이드 시위 관련 해시태그 '#BlackLivesMatter(흑인 생명도 중요하다)'는 틱톡에서 30억 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16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10대 틱톡 인플루언서 테일러 캐시디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BLM(#BlackLivesMatter의 줄임말)와 같은 운동은 오랫동안 사회에 존재했고 우리 세대는 틱톡을 이용해 젊은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캐시디는 이번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10대 중 한 명이다. 캐시디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짧은 동영상을 올리는 대신 흑인 인권에 대한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해시태그에서 이름을 딴 흑인 인권 보호 단체인 ‘블랙 라이브스 매터’ 유타 지부장 렉스 스콧도 로이터에 "(홍보 방법에) 페이스북보다 틱톡을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페이스북에는 젊은 사람들이 없지만, 스냅챗과 틱톡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스콧은 본인이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경찰개혁법안 청원서에 참여한 인원 중 14만8000만명이 틱톡을 통해 참여했다고 밝혔다.

틱톡의 이같은 변화는 2011년 ‘아랍의 봄’ 트위터의 역할과 비슷하다. 당시 트위터에서 이집트와 튀니지의 민주화 투쟁 관련 게시글이 퍼지면서 시위가 본격화되었다.

미디어 전략 전문가 카디샤 필립스는 "틱톡에서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처음에는 가벼운 볼거리를 올리는 플랫폼이었지만, 지금은 스토리텔링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틱톡이 정치 담화의 장으로 쓰이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틱톡은 중국계 미디어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 규제 당국은 개인 정보 유출과 국가 안보 위협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 지난해 9월 틱톡은 천안문 사태 등 중국 정부가 민감하거나 이를 비판하는 영상을 검열한 의혹도 제기됐다.

틱톡 측은 그러나 "중국 정부로부터 콘텐츠를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 없으며 요청하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틱톡은 지난주 '#BlackLivesMatter’와 ‘#GeorgeFloyd(조지 플로이드)’와 같은 해시태그 조회수가 0으로 보이는 버그가 발생해 사용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틱톡 측은 "이 버그가 흑인이 겪는 차별과 경험을 억제하려는 의도적인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지점은 이해한다"며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는 ‘중국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월트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끈 케빈 메이어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사이 긴장이 고조되면서 규제 당국과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