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대구 북구의 한 야외주차장에서 충전중이던 현대차 코나 전기차(EV)에 불이 났다. 차는 완전히 타버렸지만 다행히 차주가 차 안에 타고 있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렇지만 코나EV 차주들은 이번 화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화재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외에서 코나EV 화재는 알려진 것만 5건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코나EV 화재는 사고 양상이 제각각이다. 작년 7월에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한 가정집 차고에 주차돼있던 코나EV가 폭발했다.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 아니었고, 콘센트에 충전기를 연결해 놓은 상태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 폭발로 인해 차고 문이 날아가고 지붕이 심하게 파손될 정도였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에선 달리던 코나EV에서 불이 났다. 강원 강릉에선 충전 중이던 차량에 불이 났고, 세종시에선 충전을 완료하고 충전기를 꽂아둔 상태에서 차에 불이 붙었다.

문제는 지금까지 있었던 코나EV 화재에 대해 현대차가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밝힌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간 사고에서 화재 원인이 될만한 공통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 충전기 연결 여부나 충전 완료 여부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코나EV 차주 입장에선 불안하기만 하다.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예방 조치를 할 수도 없고, 내 차가 언제 불탈지 모른다는 걱정을 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히 지금까지 사고에선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만약 차 안에 사람이 타고 있었거나 옆 차에 불길이 번지기라도 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아찔한 일이다.

코나EV 차주들 사이에선 차량 화재는 치명적인 사고인데 현대차가 차를 판매해놓고 방관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2018년에는 코나 EV를 생산하는 울산 공장에서 코나EV 화재가 두 차례나 발생해 노조 소식지에 실리기까지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대차가 사고 원인을 내부적으로 이미 파악하고도 쉬쉬하는 것 아니냐', '차량이 위험하다는것을 알고도 출시한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화재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차는 계속해서 판매되고 있고 화재 사고도 꾸준히 나고 있다. 사고 원인이 차량 제조 결함이든, 배터리 때문이든, 충전기의 문제든, 아니면 차주의 과실이든지간에 명확히 이유를 밝히고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사고 건수가 적다고 해서 모른척 덮는다면 국내 전기차에 대한 불신은 물론,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