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모(37)씨는 최근 ‘덴탈마스크’를 사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등교수업이 시작돼 학교에 나가게 된 7살, 9살의 자녀가 답답하다는 이유로 KF94 쓰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KF94 마스크는 아직도 구매해 둔 수량이 남았는데, 덴탈마스크는 동네 약국과 대형마트를 돌아다녀도 구하기 어렵다"며 "반면 공적마스크는 어디서든 살 수 있어 ‘5부제 구매’가 끝나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덴탈 마스크가 진열돼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등교 개학이 시작되면서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어린이용 덴탈 마스크와 일회용 마스크 등의 수요가 급증하며 덴탈마스크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1일부터 마스크 5부제가 폐지돼 공적마스크 구매는 쉬워진 반면 정작 수요가 늘고 있는 의료용 덴탈마스크 구매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공적마스크와 비교해 덴탈 마스크 생산량이 적고 더워진 날씨에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섭씨 25도를 웃도는 등 기온이 오르면서 가볍고 숨쉬기가 편리한 덴탈마스크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었다. KF94 등 필터 마스크가 습기에 약하다는 방역당국의 평가가 나온 것도 덴탈마스크 수요 증가에 ‘기름’을 부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주일(5월 22~28일) 동안 덴탈마스크 매출은 전달 같은 기간(4월 24~30일) 대비 290.9% 늘었다. 직전 1주일(5월 15~21일)과 비교해도 52.9% 증가했다.

방역당국이 덴탈마스크에 대해 KF94 마스크와 비슷한 수준의 바이러스 확산 방지 기능이 있다고 설명한 점도 최근 수요가 증가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달 5일 브리핑에서 "KF80 마스크나 덴탈마스크 등 (KF94 외에) 다른 종류의 마스크를 써도 감염예방과 생활방역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덴탈마스크 사용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공적마스크와 덴탈마크스를 교환하자는 글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강원 원주시에 사는 A씨는 지난달 28일 지역 커뮤니티에 "KF94 대형 사이즈 10장과 국내산 화이트 덴탈 마스크 10개를 교환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기존 KF94 마스크는) ‘새 부리형’ 모양이라 가족들이 안 좋아하고 더워서 못 쓰겠다"고 말했다.

지난 달 28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KF94 마스크 10장과 덴탈마스크 10장을 교환하고 싶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다른 커뮤니티에도 "공적마스크와 국내산 덴탈마스크를 교환하고 싶다" "KF94 많은데 국내산 유아 덴탈 마스크 구해요" 등의 교환 문의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저학년 등교 수업과 맞물려 덴탈마스크의 ‘몸값’은 더욱 올랐다. 과거 공적 마스크와 1대1 비율로도 거래됐지만, 현재는 공적마스크 2장 이상을 줘야 덴탈 마스크 1장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직접 구매하는 가격도 크게 뛰었다. 지난해 한 장에 200원 수준에 팔렸던 덴탈마스크는 최근 가격이 장당 1000원 이상으로 올랐다.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는 국내산 덴탈마스크 50매가 평균 7만원에서 10만원 사이에 팔리고 있다. 한 장에 1400원~2000원 사이로 공적마스크와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막상 상품을 구매하려 하면 품절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자 덴탈마스크가 ‘금(金)스크’가 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대구에 사는 B씨는 지역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유명 제조사의 덴탈마스크가 36매 한 박스에 9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봤다"며 "박스당 2만원대일 때도 비싸다 생각했는데, 이젠 9만원이라니 덴탈마스크가 정말 금값"이라고 허탈해했다.

최근 수요가 크게 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하루 50만개 수준인 덴탈마스크 생산량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지난달부터 초·중·고 개학이 시작돼 품귀 현상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정부가 한발 늦게 덴탈마스크 공급에 나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달 29일 가진 브리핑에서 "수술용 (덴탈)마스크는 보건용 마스크에 비해 생산시설이 충분치 않고 가격 경쟁력이 낮아 생산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앞으로 ‘생산 인센티브’를 늘려 증산(增産)을 유도하고 민간 부문의 유통도 늘려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