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업 감축률 폐지·수도권으로 이전해도 세제혜택
소·부·장 기업 설비투자 보증… E-9 비자 알선도 허용
공장 아닌 R&D센터도 '유턴 인정'... 현금 지원한도 상향

정부가 국내 기업들의 유턴(리쇼어링)을 유치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기업에도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해외 사업을 50% 감축해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요건도 폐지하기로 했다.

또 제조거점의 생산량 중심이었던 유턴 기업 지원 대상을 연구개발(R&D)센터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국내로 복귀하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출기업에 대해서는 설비투자에 대한 보증까지 지원해준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늘려, 경제 효과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GVC)’ 취약점이 드러난 만큼, 유턴 정책으로 중국 등에 치우친 우리 산업의 GVC를 재편하겠다는 목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유턴 인정 기준 대폭 완화… 감축률 폐지·수도권도 세제혜택

정부는 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국내로 사어 유턴 기업에 ▲세제 ▲입지 ▲보조금 ▲설비 ▲금융 ▲R&D ▲인력 ▲컨설팅 ▲규제 등을 묶은 ‘패키지 지원’을 하기로 했다. 컨설팅에서 입지 선택, 자금 확보, 인력 운용까지 유턴과 관련한 전(全) 과정에 대해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유턴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유턴 기업으로 선정되면 법인세·관세 감면, 입지·설비보조금, 고용보조금 등 다양한 세제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선 유턴 기업의 인정 기준에서 ‘해외 사업장의 50% 생산량 감축 요건’을 폐지하기로 했다. 해외생산 감축량 대신 생산 감축량에 비례해 세제 감면을 해주기로 했다. 그동안 해외 사업장의 생산량을 절반 이상 감축해야만 유턴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기업들이 부담이 컸던 게 현실이다. 또 감축량은 크지만 감축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세제 지원에서 배제됐던 기업들도 많았다.

정부는 유턴 기업이 생산량 증대를 목적으로 한 국내 사업장 증설투자에 대해서도 세제 지원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그동안 유턴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내 사업장을 신설·창업할 때만 가능했다. 앞으로는 증설로 인한 사업소득에 대해서도 세제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국내 전 지역을 대상으로 유턴 기업의 입지·시설 투자 및 이전비용 등을 지원하는 ‘유턴기업 보조금’을 신설하기로 했다.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던 보조금과 법인세, 소득세 감면 혜택을 수도권까지 확대한 것이다. 그동안 수도권에 공장 등 사업장이 필요했던 기업들이, 세제 혜택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비수도권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유턴을 포기하고 중국 등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사례가 빈번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한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유턴을 검토할 때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세제혜택과 연구개발(R&D)지원 확대(32.5%)’를 꼽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살펴본 결과, 감축률과 비수도권 지원책 집중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턴 기업의 입지에 대해서도 지원에 나선다. 유턴 기업에는 산업단지 등에 대한 우선 분양권이 제공되고, 외국인 투자기업과 동일하게 국·공유지 사용 또는 매매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선할 방침이다. 또 ‘매출 중 수출입액 비중 30%’인 항만 배후단지 입지 기준을 20%로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중소·중견 유턴 기업 등을 대상으로 ‘시설투자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 했다. 국내로 복귀하는 소부장 수출기업에 대해서는 설비투자 자금이 필요한 경우 보증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밖에 유턴 기업이 해외 사업장 근로자를 국내에서 채용할 수 있도록 비전문취업(E-9) 비자의 지정알선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유턴에 필요한 컨설팅 경비 지원도 기존 최대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상향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가 3000억원을 투자해 울산에 짓기로 한 첫 전기차 전용 부품 공장 조감도. 2021년 완공되면 연간 전기차 10만대에 핵심 부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 공장은 지난해 유턴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R&D센터도 유턴 인정

정부는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R&D센터 유치’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비를 반영하는 등 사업장 축소 기준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제조거점의 생산량을 기준으로 유턴 기업을 인정해 R&D센터는 포함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앞으로는 연구개발비 또는 연구개발직 인원 평가 등 R&D센터에 대한 기준을 다양화 하기로 했다.

또한 대형 R&D센터 유턴 촉진을 위해 규모에 따라 지원책을 차등화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그간 과거 1년 생산량의 25% 이상을 축소해야 유턴 기업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총 연구개발비 규모를 감안해 20%(100억원 이하 지출 기업), 15%(100억~1000억원), 10%(1000억)로 구분하기로 했다.

이 밖에 해외 첨단기업과 R&D센터 유치를 위해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현금지원 한도와 국고보조율도 상향하기로 했다. 현재 R&D센터 40%, 기타 30% 수준인 현금지원 한도를 R&D 50%, 첨단산업 40%로 확대한다. 예를 들어 외투기업이 국내에 100억원을 투자하면, R&D센터는 50억원, 첨단산업 40억원을 현금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것이다.

또 국비 보조율도 수도권 3(중앙)대7(지자체), 비수도권 6대4에서 R&D센터·첨단산업은 중앙정부가 10%포인트(P) 상향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범부처 유치단을 구성하겠다"며 "경제환경 변화 및 수요·공급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치대상을 선제적이고 전략적으로 발굴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