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0.1% 성장 위해 재정·세제·금융 총동원"
대기업 감세·금산분리 예외 등 투자활성화에 촛점
국제기구·신평사·한은 보다 낙관적 경기인식 '논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한 가운데, 정부는 올해 ‘플러스(+) 성장’이 가능하도록 재정·세제·금융정책을 총동원하겠다고 1일 밝혔다.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투자활성화, 소비 진작에 정책 수단을 집중하고, 코로나 이후 경제 도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규제 혁신, 고용안정망 강화를 모색하기로 했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250조원 규모의 정책 패키지를 가동하고 있는 정부는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등 한국형 뉴딜 사업에 향후 5년간 76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코로나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성장 기반 구축에 총 약 330조원을 쏟아 붓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15%에 해당되는 규모다.

정부는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세액 공제 개편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시설투자에도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게 핵심이다. 해외 생산을 줄이고 한국으로 복귀하는 ‘유(U)턴 기업’들은 수도권으로 사업장을 옮겨도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금산분리 원칙으로 막혀 있었던 대기업 지주회사의 벤처캐피탈(CVC) 소유금지 빗장도 풀릴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0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3차 추경 당정협의'에 참석,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 극복위해 사상 최대 추경 편성

정부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0.1% 달성 등 ‘코로나 19 국난 극복과 선도형 경제 기반 구축’을 목표로 제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논의, 확정했다.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이 -3%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250조원 가량의 재정, 세제, 금융 패키지를 가동 중이다. 이미 1,2차 추가경정예산편성을 통해 23조9000억원의 재정을 추가 투입했고, 이달 초 국회에 3차 추경 예산을 제출할 계획이다. 3차 추경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역대 최대 추경을 편성했던 2009년(28조원)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추경 등으로 확보된 예산을 통해 153만개 이상의 공공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코로나로 인한 휴직자 급증 등 고용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공공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국민내일배움카드 등 실업자·무급휴직자 훈련 지원 프로그램 참여 대상을 12만명 확대하고, 취업성공패키지 등 취업알선 프로그램 참여자도 11만명 늘릴 계획이다. 49만명에게 구직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예산 3조40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는 기업의 모든 사업용 유형 자산 취득 비용에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시설투자세액 공제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현재는 생산성 향상 시설 등 9가지 용도에 맞는 시설 투자에만 세액 공제를 하고 있는데, 이런 칸막이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기업의 시설투자액에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2011년 일몰 종료된 임시투자세액 공제와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 투자에 세제 혜택 지원이 필요하다는 경제계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반응이다.

◇한국형 뉴딜·유턴 기업 지원 등으로 경제체질 개선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한국판 뉴딜’의 얼개를 공개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도형 경제 구축을 위한 핵심 전략인 한국판 뉴딜 사업은 고용안전망 기반 위에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사업에 향후 5년간 7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3차 추경 사업을 통해 첫 발을 뗀 이후 2022년까지 31조3000억원을 투자해 일자리 55만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4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디지털 뉴딜 사업에는 2022년까지 13조2000억원이 투자된다. AI(인공지능) 핵심 인재 10만명 양성 등 일자리 33만개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그린뉴딜 사업에는 2022년까지 12조9000억원이 투자된다. 일자리 13만3000개를 만들 계획이다. 예술인·특수형태근로자 고용·산재보험 가입 등 전국민 고용안전망 구축에는 2022년까지 5조원이 투입된다. 재정 일자리 9만2000개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정부는 한국형 뉴딜 사업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생산을 축소하고 국내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유(U)턴 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유턴 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충족해야 했던 해외 사업장 감축율 요건을 없애고,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기업은 첨단기술 관련 사업의 경우 150억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동안 수도권 이전 유턴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이 배제됐다.

정부는 또 벤처·스타트업 육성 등 산업·경제구조 혁신을 위한 체질 개선에도 역점을 둘 계획이다. 금산분리 원칙에 막혔던 대기업 일반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지분 보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걸 검토할 계획이다. 벤처 지주회사에 대한 대폭적인 규제 완화도 추진된다. 벤처 투자에 대한 대기업 자본 유입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2020년 하반기 경제전망

◇"올해 성장률 0.1% 전망"…경기낙관 논란 예상

정부는 이같은 코로나 대응 정책 패키지를 통해 올해 GDP가 0.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30만1000명이었던 취업자 수 증가폭은 0명으로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였던 수출 증가율은 -8%로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추경 등 정부 정책이 경기 하방리스크를 완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 19 집단감염 확산, 겨울철 2차 대유행이 현실화될 경우 추가적인 하방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경제 인식이다.

정부의 경제성장 전망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0.1%로 2.3%P(포인트) 하향했지만, 플러스 성장을 예측했다는 측면에서 낙관적인 전망으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 28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0.2%로 전망했고, 연구기관 중에서는 금융연구원이 성장률 전망치를 -0.5%로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2%로 전망했고, 무디스와 피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도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코로나 확산에 따라 하반기에 추가적인 하방리스크가 나타날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추경과 각종 정책 효과가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면서 "최선을 다해서 0.1% 성장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