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새 대규모 투자계획 잇단 공개… 최대 18조원 추정
새 낸드 공장 내년 하반기 양산 목표… "미래 시장 선점"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추가 구축한다. 앞서 평택에 파운드리(주문 생산)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후 10여일만의 추가 투자 공개다. 삼성전자가 평택 제2공장 파운드리·낸드플래시 라인 신설에 투자하는 금액은 최소 15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투자가 연이어 집행되며 삼성전자의 ‘초(超)격차’ 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

1일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제2공장(P2)에 최첨단 V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생산 설비를 위한 클린룸 공사는 지난 5월 시작했다. 양산 시점은 2021년 하반기가 목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5세대 이동통신(5G) 보급에 따른 중장기 낸드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투자를 단행한다"며 "최근 비대면 생활양식 확산으로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예상돼, 적극적인 투자로 미래 시장기회를 선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제2공장(P2) 전경.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가 제2공장 낸드플래시 설비를 위해 7조~9조원가량을 투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발표한 제2공장 파운드리 투자액은 8조~9조원으로 예상된다. 10여일 사이 발표한 투자 규모만 최대 18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 평택 2공장, ‘반도체 종합공장’으로 변모… 낸드 1위 ‘초격차’ 속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2015년 조성됐다. 부지는 총 4개 공장이 들어설 수 있는 규모로, 현재 건설된 2개 공장은 각각 단일 반도체 생산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택 공장은 복층 구조인데다 규모가 커 한 층에서도 다양한 라인을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가동한 1공장(P1)에서 D램과 V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2공장은 D램 전용 생산처로 예상됐다.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2공장에서 극자외선(EUV)을 활용한 차세대 D램 생산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수차례 밝혀왔기 때문이다.

평택 2공장 용처(用處)가 바뀐 것은 지난달 21일, 삼성전자가 반도체 파운드리를 건설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이어 이날 낸드플래시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히며, 평택 제2공장은 D램·낸드플래시·시스템 반도체를 동시 생산하는 ‘반도체 종합 공장’으로 변모하게 됐다.

평택에 낸드플래시 신규 라인이 들어서면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18년간 낸드플래시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33.3%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중국 시안 공장을 방문한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독보적인 제조·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업계 최초로 6세대(100단 이상) V낸드 양산에 돌입하기도 했다. 최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이번 투자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메모리 초격차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의 차원"이라며 "최고의 제품으로 수요에 차질없이 대응함으로써 국가경제와 글로벌 IT산업 성장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연이은 국내 반도체 투자… 정부 ‘리쇼어링’ 화답?

삼성전자는 경기도 화성·평택과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18일 중국 시안을 방문해 현재 건설중인 시안 2공장을 시찰하기도 했다. 때문에 반도체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이익률이 낮은 낸드플래시는 중국에서 확대 생산하고, 국내에선 파운드리·D램에 무게추를 두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투자 결정으로 ‘낸드 중국행’ 설은 무너진 셈이다.

삼성전자가 연이어 국내 반도체 투자에 나서자, 역으로 삼성전자가 정부가 추진하는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자국 기업 국내 복귀)에 발을 맞추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따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투자에 대해 "국내외 균형 있는 투자로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정치적 고려가 아닌 사업적 이유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