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전기차 배터리, ESS로 재활용
전기차를 '달리는 ESS'로 활용 기술 개발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번에는 한화그룹과 손을 잡았다. 전기차 배터리를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ESS)처럼 사용하는 사업을 함께 펼치자는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전기차에서 회수한 배터리를 재활용한 ESS를 개발하는 것이지만, 자동차의 배터리를 가정용 ESS로 활용해 전력을 재판매하는 사업 모델까지 포괄한다. 현대차 단독으로 할 수 없는 사업이라 태양광 발전모듈 제작 및 발전소 사업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한화큐셀을 사업파트너로 삼은 것이다.

오재혁 현대차 상무, 김희철 한화큐셀 사장, 지영조 현대차 사장, 홍정권 한화큐셀 상무(왼쪽부터)가 29일 서울 장교동 한화큐셀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대용량저장장치(ESS)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대차그룹과 한화큐셀은 지난 29일 서울 장교동 한화큐셀 사옥에서 지영조 현대차그룹 사장과 김희철 한화큐셀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태양광 연계 ESS 공동 개발 및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맺었다고 31일 발표했다.

협력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전기차 재사용 배터리를 기반한 가정용 ESS 제품을 공동 개발하자는 것이다. 한화큐셀 독일 연구소에서 실증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두 번째는 현대차(005380), 기아차등 현대차그룹 자동차 보유 고객과 한화큐셀을 비롯한 한화(000880)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고객 및 인프라를 활용해 대규모 ESS 프로젝트를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닛산이 최근 발표한 '차량에서 집으로(Vehicle to Home)' 전력을 공급하는 솔루션 개념도. 전기차의 대용량 배터리를 전력 공급 장치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번 협력관계 구축은 내년부터 전기차 사업을 본격화하는 현대차와 전기차를 활용한 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펼치는 데 자동차 회사와 협력관계가 필요한 한화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전기차는 대규모 배터리를 탑재하기 때문에, 노후 배터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과제가 된다. 또 가정에서 ESS처럼 사용할 수 있다. 낮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자동차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이를 전력 수요가 많은 밤에 자체적으로 사용하거나 전력회사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전기차가 늘어나면 전기차용 전력 수요도 급증하게 되는 데, 단독 주택의 경우 태양광 발전기 등을 설치해 전기차용 전기를 충당하려는 수요도 덩달아 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에 전동화차량(전기차와 수소차를 포괄하는 개념)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 4~5종을 내놓을 계획이다. 전기차 생산량이 연 수십만대 수준으로 늘어나게 되면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관건이 된다. 가령 전기차를 가정용 ESS로 활용할 수 있는 데, 이를 활용한 사업 모델이 가능하다. 가정에서 대용량 ESS를 따로 구입하는 대신에, 전기차 배터리를 ESS로 사용해서 전력 저장·사용·판매하는 것이다. 닛산 등 해외 자동차 업체들은 최근 관련 사업 및 기술 개발 방침을 밝혔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컨셉트카 프로페시.

전기차를 폐차할 때 나오는 노후 배터리 재활용도 유망한 사업 분야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는 수명이 10년 이상 길기 때문에, 전기차에서 회수하는 배터리를 ESS 등에 재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할 경우 ESS 제작 비용도 하락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스템 구축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셈이다.

지영조 사장은 "이번 협력으로 재생에너지의 대규모 보급을 활성화하고,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을 최대화해 전기차의 친환경 가치 사슬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철 사장은 "양사 간 우수 연구개발(R&D) 역량을 공유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해 태양광 모듈부터 ESS까지 제공하는 토털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는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 유럽·북미 지역을 대상으로 한 태양광 연계 가정용·전력용 ESS 공동 개발에 착수한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가 2017년 3GWh 수준이었던 세계 ESS 시장이 2040년 379GWh 수준으로 약 128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을 돕는 ESS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를 활용한 ESS의 높은 가격은 초기 시스템 도입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