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 탐사 시대 개막
美, 9년 만에 유인 우주선…코로나 위기 속 항공 우주 선진국 위상 과시
우주 꿈꾸며 스페이스X 세웠던 억만장자 머스크, 꿈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의 첫 민간 유인(有人) 우주선 ‘크루 드래곤’이 30일(현지시간) 힘차게 날아오르며 민간 우주 탐사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나사는 30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가 오후 3시 22분(미 동부시간 기준)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Crew Dragon)'을 쏘아 올렸다.

크루 드래곤의 발사는 정부가 아닌 민간에 의한 우주 탐사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지난 2002년 "우주 여행을 위한 저렴한 로켓을 만들겠다"며 스페이스X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기업으로서 세계 최초의 유인 우주선을 띄우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로 신음하던 미국에게도 의미가 컸다. 미국은 2011년 우주왕복선 발사를 중단하고 지금까지 러시아의 유인 우주선 소유스로 우주정거장을 오갔다. 이번에는 미국이 개발한 로켓에 미국인 우주비행사를 태워 띄웠다는 점에서 항공 우주개발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했다.

크루 드래곤을 탑재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은 이날 굉음을 내며 케네디우주센터의 39A 발사대를 떠나 우주로 향했다. 39A 발사대는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를 쏘아 올린 기념비적인 곳이다.

크루 드래건에는 NASA 소속 우주비행사 더글러스 헐리와 로버트 벤켄이 탑승했다. 이들은 19시간 뒤 400㎞ 상공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하게 된다. 헐리는 크루 드래건 발사와 귀환을 담당하며, 벤켄은 도킹 임무를 책임진다.

두 사람은 ISS 안착에 성공할 경우 짧게는 1달, 길게는 4달까지 ISS에 머물며 연구 임무 등을 수행하게 된다. 두 사람은 모두 NASA의 우주왕복선 비행 경력을 가진 베테랑 비행사다.

헐리는 2011년 7월 미국의 마지막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 호에 탑승했던 것에 이어 민간 우주탐사 시대를 여는 크루 드래곤의 첫 유인 비행을 담당하게 됐다.

크루 드래곤은 스페이스X의 화물 운반용 우주선을 유인 우주선으로 개조한 것으로, 최대 수용인원은 7명이지만 이번에는 우주비행사 2명만 탑승했다.

크루 드래건은 이전의 유인 우주선과 달리 버튼이 아닌 터치스크린으로 작동되며, 우주비행사들은 크루 드래곤 좌석에 맞게 제작된 날렵한 형태의 우주복을 착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크루 드래곤의 발사를 참관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케네디 우주센터를 찾아 발사 장면을 직접 참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에서 발사를 본 뒤 "믿을 수 없다(incredible)"고 말했다.

◇ 우주 개발 꿈꾸던 머스크, 억만장자 돼 ‘세계 첫 민간 우주탐사선’ 띄웠다

'괴짜 천재'로 불리우던 머스크는 우주 개발이라는 일생의 꿈에 성큼 다가섰다.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물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5년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미국 최대 명문인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했지만 이틀 만에 그만 뒀다.

토머스 에디슨 같은 인물이 되고 싶었던 머스크는 ‘인터넷, 청정에너지, 우주’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24세의 나이로 신문 출판 사업자에게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집투(ZIP2)를 창업했다. 이 회사를 4년 만에 컴퓨터 제조사 컴팩에 2200만달러(276억원)에 매각하며 억만장자가 됐다.

이 매각대금으로 머스크는 미국 최대 결제 서비스 회사가 된 페이팔(paypal)의 전신인 엑스닷컴(X.COM)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2002년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 15억달러(1조8700억원)에 인수 된다.

머스크가 페이팔을 매각하자마자 만든 회사가 스페이스X다. 당시만 해도 우주개발은 국가 주도였다. 천문학적인 수준의 돈을 투자해야 하지만 당장 수익을 얻기 어려운 불투명한 사업이었다.

스페이스X는 지난 2006년 첫 로켓 팰컨1을 발사했으나 화재가 발생해 띄우지 못했고 2,3차 발사도 실패했다. 2008년 9월, 네번의 시도끝에 팰컨1 발사에 성공했다. 머스크는 오는 2030년까지 8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화성 식민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