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반려동물 상품' 판매 급증
식품 기업 반려동물 시장에 도전장
시장성 크지만, 해외 브랜드 장벽 높아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 소득 증대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내는 '펫콧족'이 증가하면서 펫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료와 간식부터 반려동물 용품에 반려동물 TV채널, 반려동물 장례상품 등 분야도 다양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5조80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년새 3배 이상 커진 셈이다.

마스크를 쓴 반려견의 모습.

◇코로나 사태로 '집콕'하니 반려동물 용품 판매 '급증'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반려동물 관련 상품 매출은 크게 늘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 2월부터 이달 25일까지 반려동물 용품 매출은 코로나19 발생 직전의 같은 기간(10월~1월 25일)에 비해 4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GS25의 반려동물 용품 매출도 45.1% 늘었다.

주요 구매 상품을 살펴 보면, 장난감류 매출이 크게 늘었다. CU는 반려동물 장난감 매출이 51.4%를 기록했다며 사료(38.2%)와 간식(40.5%) 보다 매출 신장폭이 큰 것은 이례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장난감 판매가 급증한 것은 재택 근무와 야외활동 제한으로 반려동물 산책이 어려워지자 실내에서 반려동물과 같이 놀기 위해 구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엔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서지훈 BGF리테일 생활용품팀 MD는 "반려동물 용품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이후 편의점에서 이전보다 매출이 크게 뛴 카테고리 중 하나"라며 "코로나19로 생활양식이 바뀌며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평소보다 더 높아져 관련 소비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원F&B가 운영하는 츄츄닷컴에서 판매하는 반려동물 식품.

◇반려동물 시장에 출사표 내는 식품기업

이에 따라 식품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로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동원F&B의 펫푸드 브랜드 뉴트리플랜은 최근 '뉴트리플랜 모이스트루 주식'을 출시하고 반려견 습식 시장에 진출했다. 습식사료는 건식사료에 비해 수분 함량이 많고 영양이 높다. 원재료를 거의 그대로 보존하면서 익히는 공정을 거쳐 캔이나 밀폐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제품으로 소화가 잘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건식사료보다 가격이 비싸고 유통기한이 짧다는 게 단점이다.

동원F&B는 펫푸드 전문 온라인몰 '츄츄닷컴'도 운영 중이다. 동원F&B 관계자는 "기존 자사 식품전문 온라인몰 '동원몰'에서 펫푸드를 판매해왔지만, 펫푸드를 종합적으로 취급하는 전문 온라인몰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증가함에 따라, 펫푸드 전문 온라인몰 ‘츄츄닷컴’을 런칭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육계 기업인 하림은 2017년 4월 '하림펫푸드'를 계열사로 분사하고 반려동물식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했다. 사람도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사료를 표방한 '더리얼'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사료 제품 라인업을 갖줬다. 분사 후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말엔 10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52% 성장한 수치다.

풀무원은 2013년부터 펫푸드 전문 브랜드 '아미오'를 운영하고 있다. 풀무원은 펫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족들의 프리미엄 사료에 대한 수요가 많은 만큼, 해당 품목에 대한 R&D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GC인삼공사도 홍삼 성분을 함유한 반려동물 건강식 브랜드 ‘지니펫’을 2015년 출시했다. 출시 당시만 해도 사람에게도 귀한 홍삼을 반려동물을 먹이느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으나, 반려동물의 건강을 생각하는 펫족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장밋빛 기대'만 하긴 무리…여전히 높은 수입산 장벽

반려동물 시장의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현재 국내 펫푸드 시장은 로얄캐닌, 퓨리나, 시저, 네추럴펫 등 외국 브랜드가 70%를 점유 중이다. 국내 기업들이 고품질과 제품 다양화로 장벽 깨기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철옹성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있어선 사료나 간식은 아기 분유나 마찬가지다. 입맛이 까다로워 사료를 거부하거나, 먹고 탈이 날 가능성이 있어 웬만해선 사료를 교체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오래전부터 수입품에 익숙해져 있고 국산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미국이나 유럽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동원F&B가 2014년 선보인 펫푸드 브랜드 '뉴트리플랜'의 출시 당시 2020년까지 연매출 1000억원 규모로 육성하겠다고 했으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00억원에 그쳤다. 하림펫푸드도 매출이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2018년 80억원, 2019년 78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사료시장에 출사표를 냈다가 철수하는 기업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비상경영을 발표한 후 펫사업을 정리했다. CJ제일제당은 2013년 펫푸드 브랜드 '오 프레시'와 '오 네이처'를 론칭했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펫푸드 제품을 2013년부터 출시해 판매해 왔는데, 수입 브랜드가 워낙 강세인 데다 매출 비중도 미미해 철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빙그레 역시 2018년 유제품 생산 노하우를 활용해 반려동물 전용 우유인 '펫밀크'를 출시했으나 지난해 말 펫 푸드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