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행동이 美 이익과 안보, 가치 위협"
"中 마음에 안 든다" 말한 트럼프, 29일 기자회견
美·英·호주·캐나다 외교수장 "홍콩보안법, 중·영 공동성명 위배"

홍콩의 한 쇼핑몰에서 29일 시위대가 홍콩이 영국 식민지였을 때 사용하던 영국령 홍콩 깃발을 흔들고 있다.

하이노 클링크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가 "전세계 국가들은 가치와 이익을 견고히 수호하기 위해 단결할지, 아니면 중국의 요구에 순응할지 선택해야 할 때"라고 했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제정해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 등 동맹국을 향해 미국과 중국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할 시기라는 의미로 발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클링크 부차관보는 지난 28일(현지 시각) 미국 싱크탱크 '전략예산평가센터(CSBA)' 온라인 토론회에 참석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 전환은 수십년간 역내 국가들에 독재체계를 제공하는 동시에 위성국으로 전락시킨 중국 공산당의 선택 때문"이라며 말했다.

클링크 부차관보는 "중국은 권위주의적 통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 호주를 거론하며 "중국이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핵심 동맹국에 대해 수많은 악의적 행동을 취하면서 악영향을 끼친 것을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베이징의 행동은 미국의 경제적 이익, 안보, 가치를 위협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보다 경쟁적인 전략을 취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클링크 부차관보는 특히 "우리는 국가들이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의 가치와 이익을 강력하게 집단적으로 수호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의 요구에 순응할지 선택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우리 자신의 원칙을 수호하는 선택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클링크 부차관보는 또 "미국은 다른 모든 나라에 적용하는 동일한 기준을 중국에도 적용할 것"이라며 "중국의 악의적 행동에 침묵하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위협 행위, 지적재산권 침해, 신장 지구 소수민족과 홍콩 시민 탄압, 신종 코로나 책임 회피를 위한 선전선동술 등 중국의 악의적 행동에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클링크 부차관보는 대(對)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8일 전인대에서 홍콩보안법에 찬성 투표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홍콩보안법이 중국 전인대에서 통과된 것 등과 관련해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29일 중국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 자리에선 중국과 홍콩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안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중국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필요하면 홍콩은 중국과 같은 방식으로 대우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도미닉 랍 영국 외교부 장관, 머리스 페인 호주 외교부 장관, 프랑수아-필립 샴페인 캐나다 외교부 장관 등 4개국 외교 수장들은 28일(현지시간) 홍콩보안법 통과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홍콩보안법을 시행하기로 한 베이징 결정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4개국은 중국의 행위가 영국과 중국 정부가 홍콩 이양을 결정한 '중·영 공동성명'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 성명에서 중국은 1997년 반환되는 홍콩에서 향후 50년간 자유와 권리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고, 이에 따라 홍콩엔 일국양제가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