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학회 정책 심포지엄
"통화정책 운용 목표에 경제성장 명시해야"

경기침체로 인해 물가 하락이 지속되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에 경제성장을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8일 ‘저인플레이션의 원인과 경제정책의 유효성’을 주제로 한국금융학회 등이 주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중장기적인 시계에서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증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장민 금융연구원 선인 연구위원

장민 연구위원은 "근원물가상승률이 둔화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체감물가,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면서 "또 잠재성장률이 급격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도 잠재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의 높은 주택가격, 인구감소세 등은 자산시장 불안요인으로 잠재해있으며 높은 부동산금융 익스포져비중, 경기회복 지연 및 고용여건 악화 등은 금융건전성 훼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연구위원은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단기적으로도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장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경기 및 고용여건의 회복이 지연될 경우 수요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이를 막기 위해선 보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에 경제성장을 명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연구위원은 "현재의 유연한 물가안정목표제 하에서도 경기상황을 암묵적으로 고려하고 있으나 명시적으로 통화정책의 목표에 경제성장을 추가함으로써 통화정책에 보다 적극적인 목표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효과적 최종대부자기능을 위해 한은법을 정비하는 한편 재정당국과의 정례 거시정책협의체를 운용하고 양적완화, 선제적 지침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 활용을 적극 검토하고 필요시 통화정책운용규정 등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다른 주제 발표자인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정책의 역할은 중앙은행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변화한다"며 "중앙은행 역할의 중심이 금융안정에서 통화안정으로, 최근에는 다시 금융안정으로 옮아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점차 보편화됐다"고 설명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로(0) 금리 등 명목 금리 하한(ZLB) 하에서는 재정 지출 효과가 평상시에 비해 훨씬 커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명목금리가 주어진 상황에서 정부 지출 확대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증가해 실질금리가 감소하게 되고 이는 소비, 투자 등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경우도 실효 하한 금리에 도달하게 된다면 정부지출 승수가 평상시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실효 하한 금리에 도달하기 전에도 통화 확장 정책 여력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 정책의 가용성이 커지는 측면이 있고, 금리 정책의 변화가 더 제한적이라면 정부지출 승수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신성환 한국금융학회장은 "사상 최저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는 등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초유의 재정·금융통화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코로나 상황이 진정된 이후에도 저인플레이션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신 회장은 "한국경제가 장기침체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저인플레이션 현상에 대한 원인 규명과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저인플레이션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전세계적 새로운 패러다임의 일부로 발생하는 현상인지 아니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요인이나 경기부진에 따른 현상인지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