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16%의 수익이 발생하는 완벽한 P2P 투자 플랫폼. 저는 반년 만에 벤츠도 뽑았어요."

최근 ‘신개념 P2P 재테크’를 표방하는 투자 플랫폼이 주부나 노인 사이에서 유행이다. 가상 캐릭터를 온라인에서 개인끼리 사고팔면서 이자 이익을 얻는 방식인데, 전문가는 결국 이 캐릭터를 판매하지 못하고 가장 마지막에 남는 사람은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에 ‘폭탄 돌리기’와 같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은 이런 위험성을 안은 플랫폼 유형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이용자들의 유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몽키레전드 홈페이지의 모습.

◇"요즘 같은 불황에 최고의 부업"이라 현혹… 어떻게 굴러가나

‘몽키레전드’는 이런 유형의 대표 플랫폼으로 꼽힌다. ‘신개념 P2P 재테크’ ‘신개념 금융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각각 가격이 다른 가상 캐릭터 ‘오공’·‘슈프림몽키’·‘몽키킹’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보유하고 있는 기간에 따라 캐릭터 가격이 불어나는데, 캐릭터를 구매한 후 4일을 보유하고 있으면 12%, 5일을 보유하면 14%, 6일을 보유하면 16%의 이익이 생긴다.

예를 들어 오공이라는 캐릭터를 처음 10만원에 구입했다면, 4일 후에는 원금의 112%인 11만2000원에 판매할 수 있게 된다. 11만2000원에 캐릭터를 구매한 회원은 4일 후 또 12%의 수익을 얹어 13만4000원에 판매할 수 있다. 구매자들은 보유한 기간만큼 수익이 크게 불어나므로 타인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사려고 한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구매와 판매가 이뤄지고 30만원까지 캐릭터값이 올라가면 11만2000원짜리 캐릭터 3개로 나뉘어 3명의 구매자가 살 수 있도록 만든다.

캐릭터 구매대금은 회원가입 시 등록한 개인 계좌를 통해 직접 입금된다. 회사는 구매자와 판매자를 매칭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수수료를 가져간다. 회사가 이들로부터 가져가는 수수료는 한 건당 2~6달러(약 2400~7400원) 수준에 달한다. 몽키레전드 측은 회원들이 캐릭터를 사고팔 때 대금을 회사가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오직 플랫폼만 제공할 뿐이고, 거래 시 발생하는 수수료만 챙길 뿐이라 회사가 플랫폼을 없애고 도망갈 이유도, 투자금 손해도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인을 소개하면 거래 수익의 6%가량을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자신의 밑에 많은 유입자를 둘수록 ‘실버’·‘골드’·‘다이아몬드’ 등 직급이 부여되는데 이때도 일정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들은 "영업력이 없어도 본인이 하는 것을 잠깐 남에게 보여주기만 해도 된다", "본인 아래 회원이 많아지면 투자 없이도 월 3000만원 이상 수익을 내는 분들이 정말 많다"고 광고하고 있다. 사실상 다단계 구조다. 휴대전화 1개당 최대 15개의 ID 가입도 가능한데, 거래 이력에 따라 개설할 수 있는 계정을 더 부과하는 식이다. 회원가입 시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 등 신분증을 찍어 첨부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몽키레전드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상 아이템인 원숭이 캐릭터들.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주부·노인 등 활동 왕성… 전문가 "폭탄 돌리기와 같다"

활동자 대부분은 주로 50~60대이거나 주부 등 금융 취약계층인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코로나 때문에 장사도 안되는데 편하게 할 수 있는 부업을 찾고 있다"며 "몽키레전드 괜찮냐"고 문의하는 글이 간간이 올라오고 있다.

"아버지가 몽키레전드에 푹 빠지셨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말릴 방법이 없느냐"란 글도 있다. 몽키레전드 사용자들이 활동하는 오픈 카카오톡방에는 "대출 이자보다 이게(몽키레전드 수익) 훨씬 대단해서 대출받아 한다" "카드론까지 썼다"와 같은 말도 나왔다.

몽키레전드 한국 운영진은 "지난해 11월 말에 시작한 한국은 몇 주 전까지만 해도 3만명이었는데 지금 하루하루 엄청나게 늘고 있다"며 "현재 해외 이용자까지 모두 합쳐 15만명 정도가 몽키레전드를 이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많은 이용자를 거느리고 있다지만 회사의 정체는 불분명했다. 회사 본사는 태국 방콕에 위치해 있고, 회사 이름은 ‘sevenstar international’이라고 소개돼 있다. 서버는 미국에 있으며 사무실은 말레이시아에 위치, 플랫폼은 말레이시아 화교들이 만들었다고 한다. 홈페이지는 모두 중국어로 표기돼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현혹되는 이유는 거창한 광고 글과 오픈 카카오톡방을 통한 지속적인 부추김 때문이다. 몽키레전드 블로그에는 "500만원으로 반복 매매를 하면 월 400만~500만원의 수익이 가능하다" "원금 1000만~1500만원이면 월 500만~700만원의 수익이 나온다"란 문구가 쓰여 있다. "몽키레전드를 통해 빚을 갚게 돼 새 인생을 살게 됐다"는 등 실제 사례라며 감정을 자극하는 광고 글도 보였다. 회원들에 따르면 유사한 구조로 운영되는 곳으로는 드래곤스타·12지신(동물농장)·유니콘시티·골드웨일 등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사기나 유사 수신행위, 불법 다단계가 의심된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 전문 변호사는 "이 플랫폼이 영원히 이어지리란 보장이 없다. 가장 마지막에 사고, 팔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인데 그 보상은 누가 해주는 건가"라며 "결국 ‘폭탄 돌리기’와 같다"고 했다. 이어 "본격적으로 피해자가 생기면 플랫폼 제공자는 사기죄가 적용될 것이고, 그전까지는 사기미수로 볼 수 있을 걸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형태의 플랫폼에 대해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몽키레전드라는 상호는 P2P 대출 연계대부업자로 금융위에 등록돼 있지 않을뿐더러, 대출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엄연히 따지면 P2P업도 아니어서 어디서 관리를 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 전문 변호사는 "이런 플랫폼이 감독영역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손을 놓고 있을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에 문제를 인식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