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의 경우 “반(反)중국 인사에 최장 30년의 징역형” 민주 인사의 홍콩 선거 참여 막는 근거 될 수도 ‘특별지위 박탈’ 등 경고카드 꺼낸 미국과 충돌 불가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28일 홍콩 국가보안법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고 로이터 통신과 AP 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홍콩 국보법 초안 통과를 알리는 TV 중계 화면.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전인대는 이날 오후 3시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제13기 3차 전체회의를 열고 홍콩보안법 초안을 의결했다. 이번 표결에는 전인대 대표단 2885명이 참여했으며, 찬성 2878표, 반대 1명, 기권은 6명이었다.

홍콩보안법은 지난 22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초안이 보고됐고, 전인대 기간 각 전인대 소조와 상무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정됐다.

중국은 그간 홍콩 의회를 통해 홍콩 보안법을 제정하려 했으나 야당, 시민 사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해 홍콩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자 그해 11월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에서 "법을 바꿔 홍콩에 대한 전면 통치권 행사하겠다"고 밝힌 후 5개월만에 홍콩 보안법을 직접 제정했다.

홍콩보안법은 홍콩에 정보기관을 세워 반(反)중국 행위를 막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수립하는 것 등이 핵심이다.

아직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제정되지 않았지만, 마카오의 선례를 따를 경우 반(反)중국 활동을 하는 인사에게 최장 30년의 징역형이 내려질 수 있다. 마카오의 경우 지난 2009년부터 국가보안법을 시행하면서 처벌 조항으로 최고 30년 징역형을 규정했다. 또, 시위 단순 참여자마저 처벌할 수 있어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대규모 시위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민주 인사가 홍콩 선거에 참여하는 것마저 막을 수 있다.

보안법에 따른 처벌 수위 등 구체적 조항은 앞으로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만들고 홍콩 정부가 발표할 예정이다. 전인대는 홍콩 보안법의 취지에 대해 "홍콩 내에서 국가 안보를 해치는 행위를 효과적으로 예방·억제·처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안전부 등 중국 중앙정부 정보기관이 홍콩에서 조직을 만들어 활동할 근거도 마련됐다.

하지만 앞서 미국은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등 초강력 경고 카드를 꺼낸 바 있어 홍콩 인권법 의결을 계기로 미·중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홍콩 국가보안법 추진 관련 중국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번 주가 끝나기 전에 (제재 방안을) 듣게 될 것"이라며 "매우 강력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중국에 대한 인권 압박도 병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중국 내 위구르족 인권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서명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 문제를 매우 강력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위구르족과 중국 내 무슬림 인권 탄압에 관련된 중국 관리들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 커들로 "무역합의 깨는 한이 있어도 보복" 암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도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로 중국에 짜증이 난 상태라 미·중 무역 합의가 그에게 이전만큼 중요하지 않다"며 "중국은 큰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역 합의를 깨는 초강수를 써서라도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보복 조치는 홍콩의 '특별 지위' 박탈과 중국 관료와 기업에 대한 금융 제재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92년 제정된 홍콩정책법에 따라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에도 홍콩에 대해선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 지위를 인정하고 관세 등에 혜택을 줬다. 이 특별 지위를 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7일(현지 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홍콩 보안법을 "재앙적 결정"이라며 "홍콩의 자치권과 자유를 근본적으로 약화하려는 조치"라고 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시도에 불쾌해하고 있으며 만약 중국이 홍콩을 장악한다면 홍콩이 어떻게 금융 허브로 남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내게 말했다"며 특별지위에 손을 댈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을 바이든 전 부통령 측도 같은 날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려는 중국을 제재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CNBC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에서 외교 분야 선임 자문역을 맡은 토니 블링큰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는 홍콩을 억압하는 중국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함께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의 홍콩인권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콩의 자유와 자치권 훼손에 연관된 중국의 당국자와 금융기관, 기업, 개인에 대한 경제 제재에 착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4일 홍콩 도심에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중국도 쉽게 물러설 것 같진 않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어떤 외부 간섭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필요한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는 중국 장비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는 기관에 기존의 중앙 부처 외에 사이버보안기본법 규정을 적용받는 96개의 독립행정법인과 지정법인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우리 외교부의 김인철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제정하려는 것과 관련해 “홍콩은 우리와 밀접한 인적·경제적 교류 관계를 갖고 있는 중요한 지역”이라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하에서 홍콩의 번영과 발전이 지속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