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3 유럽 수출만으로 생산량 20만대 확보 한계
르노-닛산, 부품 공용화 비율 늘리고 생산 외주 확대 결정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日産), 미쓰비시(三稜)의 삼각 동맹이 강화되면서 르노삼성의 위탁 생산 물량 확보가 수월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르노와 닛산은 27일 발표한 중기 경영 계획에서 부품 공유 비율을 현 40%에서 80%로 늘리기로 한 데다, 신차 공동 개발을 확대키로 했기 때문이다. 또 닛산은 자체 생산을 줄이고, 대신 위탁 생산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지난 3월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닛산의 SUV 로그를 위탁생산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르노삼성이 닛산으로부터 위탁 생산 의뢰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 2014년 8월부터 올 3월까지 닛산으로부터 SUV(스포츠유틸리티차) 로그를 위탁생산했다. 주로 미국 수출용 제품을 생산했는데, 2015년 11만7600대를 생산하면서 같은 해 르노삼성 전체 생산량(20만5100대)의 57.3%를 차지했다. 2018년에도 10만7300대(르노삼성 생산량의 49.7%)의 닛산 로그를 만들었다.

그런데 닛산으로부터 후속 물량을 받지 못하면서 르노삼성의 생산량은 급격히 줄었다. 월 평균 생산량은 2017년 2만2000대, 2018년 1만8000대에서 2019년 1만3700대, 2020년(`1~4월) 1만1400대로 감소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20만대 가량이다. 국내 판매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위탁생산 물량을 확보해야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르노삼성의 경우 현재 올 3월 국내 출시한 소형 SUV XM3가 유럽에서도 판매가 시작되면, 해당 물량을 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한국이 주도해 개발이 이뤄진 차종이라 향후 생산도 부산 공장에서 맡는게 유리하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유럽 출시 일정이 늦춰지고 있는 데다, 로그처럼 연 10만대 이상 추가 수출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XM3의 올해 1~4월 국내 판매량은 1만2000대다. 국내에서 흥행해도 시장 크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르노와 닛산은 27일 발표한 중기경영계획에서 공동으로 새 차를 개발하고, 부품공통화 비율도 현 40%에서 80%로 늘리기로 했다. 플랫폼 공용화도 진행한다. 가량 남미의 경우 르노와 닛산은 각각 2대의 플랫폼을 사용한 차량을 생산한다. 이를 1개 플랫폼으로 단일화하겠다는 것이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이 닛산의 경영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르노와 닛산이 플랫폼 및 부품 공용화을 강화하면, 르노삼성이 위탁생산을 맡기 용이해진다. 르노삼성을 위탁 생산자로 채택할 때 부품 공급망을 새로 짜는 게 들어가는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위탁 생산 여부는 차량 개발 단계에서 대개 결정된다. 엔진, 트랜스미션, 차체 등 여러 부품들이 결합되는 자동차 산업 특성 때문이다.

무엇보다 르노삼성에게 호재는 자체 생산 감축이다. 닛산은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공장을 철수하고, 대신 계열사인 미쓰비시 공장에 외주를 주기로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서는 르노가 미쓰비시에 상용차량 생산을 맡긴다. 우치다 마코토(内田誠) 닛산 사장은 "선택과 집중을 철저히 하겠다"며 "동맹체제는 닛산에게 필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