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사태 속 중급 상업영화 첫 개봉
시사회 현장 '기대 반 우려 반'… 영화업계 "좋은 선례 되길"

"체온 먼저 재야 입장할 수 있습니다."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침입자’의 언론·배급시사회가 큰 관심 속 진행됐다. ‘침입자’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개봉을 미룬 국내 중급 이상 영화 중 가장 먼저 관객을 찾는 작품이다.

27일 영화 ‘침입자’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린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의 영화표 배부처에 열 화상 카메라가 마련돼 있다.

‘침입자’는 메가폰을 잡은 손원평 감독이 집필한 소설 ‘아몬드’가 원작인 스릴러 영화다. 당초 지난 3월 12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19 사태로 개봉을 5월 21일로 연기했다. 이어 이태원 클럽발(發) 재확산 여파로 개봉을 6월 4일로 한 번 더 미뤘다.

시사회 현장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였다. ‘침입자’ 배급사인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관계자는 "코로나 19가 장기화하고, 언제 종식될 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개봉을 미룰 수만은 없었다"며 "코로나 19 사태 이후 첫 개봉이니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서 부담도 되지만 그만큼 방역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티켓 배부처에는 손 소독제 여러 개와 열 화상 카메라가 마련됐다. 영화표를 배부받기 전 열 화상 카메라 앞에 서서 체온 검사를 받아야 했다. 검사를 통과한 후에는 배부처 직원에게 명함을 내거나 별도로 마련된 명단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 냈다. 모든 절차를 거친 후 영화표와 함께 KF94 마스크 한 장을 배부받았다. ‘침입자’ 관계자들은 마스크를 쓴 채 연신 "손 소독 먼저 부탁드린다" "마스크 착용을 꼭 해 달라"고 당부했다.

통상 시사회는 언론과 배급을 대상으로 나뉘어 2개 상영관에서 열린다. 그러나 이날 시사회는 3개 상영관에서 진행됐다. 모든 좌석을 앞·뒤, 양옆을 한 칸씩 띄워 배치했기 때문이다. 현장 관계자는 "‘띄어 앉기’로 좌석을 배치하면서 상영관의 절반 정도 좌석만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이날 언론 관계자 240여명이 시사회 참석을 신청해 400석, 200석 규모의 2개 관에서 나눠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좌석 띄어 앉기’를 적용한 영화 ‘침입자’ 언론·배급시사회 현장.

상영관 입장 시에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또 영화 시사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관계자는 계속해서 관람 시 마스크 착용과 지정 좌석 이탈 자제를 당부했다.

영화 시사 이후에는 손원평 감독과 주연 배우 송지효, 김무열이 참석한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들은 "코로나 19 시국에 영화를 보러 와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입을 모았다.

손 감독은 "코로나 사태로 극장이 오랫동안 쉰 이후 ‘침입자’가 상업 영화 중 첫 선보이는 영화가 됐다"며 "부담스럽기도 하고 조마조마하지만, 앞으로 개봉할 영화들에게 좋은 선례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모두가 안전 수칙을 지키면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계기로 자리잡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송지효 역시 "대중문화 전반이 침체된 상황인데 ‘침입자’가 많은 분들에 볼거리, 즐길거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 관객분들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면서 오랜만에 극장에서 문화거리를 즐기고 우울한 기분을 떨쳐내 생활에 활력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지효는 극중 미스터리한 여동생 ‘유진’ 역을 맡았다.

(왼쪽부터) 영화 ‘침입자’의 주연 배우 김무열, 송지효와 손원평 감독이 27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유진을 의심하는 오빠 ‘서진’ 역의 김무열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물리적 거리는 떨어져 있지만 우리 이야기로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한다"며 "의료진과 많은 국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싸우고 계신 만큼 저희도 일터와 삶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싸우겠다. 관객 분들이 한 분이라도 극장에 오신다면 저희는 최고의 작품과 좋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며 "힘 내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계가 위험을 무릅쓰고 시사회를 강행한 이유는 코로나 여파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줄면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코로나 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영화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 급감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관객의 발길이 뜸해지자 2~3월 개봉을 예정했던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 일정을 미뤘고, 이어진 ‘신작 가뭄’ 사태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에 업계는 ‘침입자’의 출격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한 배급사 관계자는 "코로나 19 사태 이후 극장이 이 정도로 활기차 보이는 건 처음인 것 같다"며 "업계에서도 ‘침입자’에 대한 기대가 크다. 좋은 선례가 되길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차후 영화 개봉을 계획하고 있어 ‘침입자’의 시사회 진행 방식에 관심이 크다"고 했다.

극장가 역시 오랜만의 중급 신작 개봉에 기대감이 높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인해 개봉 일정을 잡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용기를 내 준 ‘침입자’가 관객으로부터 호응을 얻길 바란다"며 "‘침입자’를 시작으로 ‘결백’, ‘#살아있다’ 등이 개봉하는 만큼 6월에는 극장가가 어느 정도 회복세로 접어들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침입자’ 개봉일에 맞춰 영화관 할인권 133만장(입장료 6000원)을 배포해 관객몰이에 활력을 더할 예정이다.

한편, ‘침입자’는 실종됐던 동생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가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송지효, 김무열, 예수정, 최상훈, 허준석, 서현우 등이 출연하며, 총 제작비는 약 65억원, 손익분기점은 153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