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 핵심 간부인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이 정구철(57)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아내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도 국내언론비서관을 지냈던 정 비서관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여권 핵심 인사와 가깝다.

이날 조선일보에 따르면 정의연의 회계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한 사무총장은 지난 26일 정의연 회계 실무자와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한 사무총장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과 함께 시민단체로부터 공익법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기부금품 모집·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 횡령·배임,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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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무총장은 지난 7일 이용수 할머니와 관련, "할머니가 고령에 심신이 많이 취약한 상태로, 기억이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이번 사태 전면에 나섰다. 4·15 총선을 앞두고는 민주당 당내 경선과 비례대표 후보 순번 투표 등을 관리하는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돼 활동했다.

그의 남편인 정구철 비서관은 2017년 당시 문재인 후보 대선 캠프에서 소셜미디어(SNS) 총괄실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홍보기획비서관에 임명했지만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의를 표했다. 정 비서관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승진설도 있었지만 최근 건강상 이유로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정의연 사태의 불씨가 청와대로 옮겨 붙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정 비서관은 "윤미향 문제 이전인 지난 4월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정의연 사태와 관련, 줄곧 "윤미향 당선자 문제는 당이 대응할 문제며 정의연 회계 처리 문제는 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국세청 등 관련 부처가 검토 중"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민주당도 윤 당선자 문제와 정의연 문제는 다르다고 해왔다.

청와대와 여당의 ‘정의연 감싸기’는 정의연 관련 인물이 여권 곳곳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노무현 정부 초대 여성부 장관인 지은희 전 장관은 정대협 기획위원장을 거쳐 1998년부터 정대협 공동대표를 지냈다. 지 전 장관은 2016~2017년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 이사장도 맡았다. 정대협과 정의기억재단이 2018년 7월 통합돼 정의연이 출범했다.

이미경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은 1990년대 초부터 정대협에서 활동하며 홍보위원장 등을 지낸 뒤 1996년 15대 국회의원(통합민주당 전국구)을 시작으로 5선을 지냈다. 문 정부 청와대에서 초대 균형인사비서관으로 2년간 일했던 신미숙 전 비서관도 정대협 실행이사 출신이다. 신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사회정책행정관으로 일했고, 이후 이미경 이사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내면서 정대협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신 전 비서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정의연은 사실상 여성 정치인의 참여연대 격"이란 말도 나온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참여연대 출신이 청와대와 정부·여당에서 다수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현 여권에 정의연 출신 여성 정치인이 많다는 의미다. 출신 인사들의 활발한 정·관계 진출로 정의연 존재감이 커지면서 청와대·여당도 비판하기 어려운 정치 세력이 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