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사용금지 가처분 결정 후속 조치
판교 사옥 로고 가리고 사용금지 공시문 부착

옛 한국타이어그룹이 지난해 명칭을 변경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사명(社名)을 쓰지 못하게 됐다.

코스닥 상장사인 IT회사 한국테크놀로지(053590)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이 지난 15일 인용된데 이어, 27일 법원이 강제 집행에 나서기 때문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 25일 서울 역삼동에서 경기도 판교로 29년만에 사옥을 옮겼는 데, 이틀만에 새 사옥에 로고를 가림막으로 가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됐다.

코스닥 상장사 한국테크놀로지(위)와 옛 한국타이어그룹이 2019년 변경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아래)의 CI를 비교하였다.

한국테크놀로지에 따르면 한국테크놀로지는 2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집행관과 함께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주력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입주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소재 업무용 건물을 찾아가 상호를 제거하는 등의 강제 집행을 실시한다 판교 사옥 1층 안내 표지판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사용하는 층에 상호 사용금지 강제 집행을 알리는 공시문을 부착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5일 한국테크놀로지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원고 승소(인용)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제60민사부는 "‘한국테크놀로지 주식회사’ 또는 ‘HANKOOK TECHNOLOGY GROUP CO. LTD.’를 상호로 사용해서 안된다"고 명시했다. 여기에는 "자동차 부품류의 제조·판매업이나 자동차 부품류의 제조·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를 소유·지배하는 지주사의 영업 표지로 사용하거나 영업과 관련된 간판, 거래서류, 선전광고물, 사업계획서, 명함, 책자, 인터넷 홈페이지 및 게시물에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구체적인 사용금지 조치도 담겼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 25일 서울 역삼동에서 경기도 성남시 판교로 사옥을 옮겼다.

옛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 2019년 5월 주력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와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사명을 각각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코스닥 상장사 한국테크놀로지가 자신의 상표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지난해 11월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면서 법적 분쟁이 발생했다.

한국테크놀로지는 1997년 비전텔레콤이란 이름으로 설립되었으며, 2012년 한국테크놀로지로 명칭을 바꾸었다. 자동차 전장 부품, 신재생에너지 발전, IT기기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 자동차 부품 산업 내 유사한 상호를 쓰는 업체가 몇 해 전부터 터를 잡고 있었던 셈이다. 서울중앙지법은 판결문에서 "채권자(원고)가 2012년부터 이 사건 상호를 사용하면서 8년 간 영업을 하고 있고 자동차 전장사업에 진출하면서 쓴 것도 2년 5개월이 넘었으며, 유가증권시장 및 거래처와의 관계에서도 다양하게 쓰고 있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테크놀로지는 "가처분 신청 인용 판결이 난 15일 이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측으로부터 사건 해결을 위한 연락을 받지 않았다"며 "강제집행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본소송까지 시간을 벌면서 버티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