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코로나에 내수부진·수출감소 직격탄 맞는데
1분기 영업이익률 29% 달성... '나홀로' 실적 호조
시설증설 지속성장 좌우… 파운드리 업황·자금력 관건

DB그룹 계열 반도체 제조(파운드리)회사인 DB하이텍이 최근 실시간검색어 1위에 오르고 주가가 고공행진 하는 등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26일 전날보다 1.71% 상승한 3만2700원에 마감했다.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한 지난 15일 이후에만 15%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5% 정도 오른 것과 비교하면 거의 세 배쯤 주가가 더 상승했다.

DB하이텍 부천공장 내부 모습. 고객 주문이 쏟아지면서 100% 풀가동 중이다.

가장 큰 이유는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내수 부진·수출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다른 제조업과 달리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것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DB하이텍은 지난 1분기 매출액 2258억원, 영업이익 64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41%, 189%나 급증한 것으로 모두 분기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

영업이익률(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9%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엔씨소프트(33.02%), 셀트리온(32.25%), 삼성바이오로직스(30.20%)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 상위 5개사의 업종이 게임·바이오에 집중돼 있고 통상적으로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이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수익성면에서 이례적인 성적을 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연말까지는 거의 공장 풀가동이 확실시된다는 점도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난해부터 전력반도체, 센서 수요가 늘어난데다 코로나 영향으로 서버·PC 등 비대면 관련 제품에 대한 수주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현재 경기도 부천, 충북 음성에 있는 2개 공장 모두 풀가동 되고 있으며, 고객 대기 물량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민경

다만 ‘여기가 끝인가’ ‘앞으로 더 갈(성장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DB하이텍 보유 공장이 거의 풀가동되고 있다는 것은 거꾸로 말해 고객사(반도체 설계회사) 주문을 더 받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DB하이텍은 오래된 장비 교체 등 공정 효율화 작업을 통해 칩 생산여력을 2018년 월 11만7000장에서 지난해 12만2000장으로 늘린 바 있다. 올해 하반기까지 이를 12만5000장 수준으로 늘릴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더라도 획기적으로 고객 수주를 더 받기 위해서는 대규모 증설 카드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파운드리 공장 증설에 최소 4년이 소요된다는 점, 4년 뒤 현재 업황이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공장을 짓고 클린룸을 조성하는 데 1년 반, 장비를 들여 하나하나 세팅하는 데 1년, 고객 수주받아서 가동해보고 불량을 잡아 수정하는 작업이 1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양산까지 빨라도 4년"이라며 "DB하이텍 입장에서는 4년 뒤 업황을 예측해 의사결정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투자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DB하이텍이 공장 증설에 필요한 최소 1조~2조원의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등으로 대외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외부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차입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