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약 개발을 추진중인 글로벌 제약사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평균 10년이 걸리는 개발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줄이기 위해 자가면역치료제 등 기존에 개발했던 약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적용시키거나 여러 회사가 동시에 협업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시장 선점이 가져올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기존 약 재활용에 임상시험 속도내는 글로벌 기업들

조선비즈가 미국의 연구개발(R&D) 정보제공업체 파마프로젝트(Pharmaprojects)가 분류한 글로벌 제약사 R&D 파이프라인 규모 상위사 10개 기업(2019년 기준)을 분석한 결과 모두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방식은 △기존 개발된 약을 재활용하거나 △2개 회사 이상 공동 개발을 진행하거나 △인수 및 투자를 통한 판매권 획득 등이었다.

파이프라인 규모 전세계 1위인 스위스의 노바티스(Novartis)는 사이토카인 폭풍 증세를 보이는 코로나19 환자에게 자가면역치료제인 일라리스를 적용하기 위한 임상3상 시험을 진행한다. 2위인 일본 제약사 다케다(Takeda)는 혈액유래 의약품 기술을 활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계획을 밝혔다. 앞서 다케다는 아일랜드 제약회사인 샤이어를 6조2000억엔에 인수, 알부민제제·면역글로불린제제 등 혈액유래 의약품의 개발노하우를 갖췄다.

세계 3위인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은 이르면 올해 9월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예정하고 있다. J&J는 백신 개발을 위해 미 보건복지부생명의학연구개발국(BARDA)과 파트너십을 맺고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했으며, 9월로 예정된 임상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21년 초쯤 응급용 백신 투약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4위인 다국적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Plc)는 자사가 개발한 항암제 칼퀸스를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했다. 이 항암제는 미국 등 전세계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비롯한 혈액암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는 제품이다.

염증을 줄여주는 항류머티즘약을 호흡기 질환인 코로나19 치료에 쓸 가능성에 주목하는 회사도 있다. 스위스 로슈(6위)의 항류머티즘약인 악템라는 토실리주맙이라는 성분의 염증 억제 효과로 코로나19 환자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쟁사끼리 힘 합쳐 백신 개발하기도

글로벌 제약사끼리 백신 개발을 위해 손을 잡는 사례도 있다. 사노피(5위)와 GSK(7위)는 두 회사의 기술을 합쳐 코로나19 항원보강제 백신 개발에 협력하는 내용의 협약서를 체결했다.

사노피는 재조합 DNA 기술에 기반한 S-단백질 코로나19 항원을 제공한다. 이 기술은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표면에서 발견되는 단백질과 유전적으로 일치하는 것을 생산한다. GSK는 여기에 항원보강제 기술을 제공하게 된다. 항원보강제는 1회 도즈 당 필요한 백신 단백질의 양을 줄여 더 많은 백신 도즈를 생산한다. 양사는 올해 하반기에 1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승인신청을 하게 될 경우 2021년 하반기까지 백신 공급을 위해 필요한 개발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 제약사 화이자(9위)도 독일 바이오엔테크, 중국 푸싱약업(復星藥業)과 공동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 후보의 미국 내 임상시험을 최근 시작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5억 달러(약 6100억원)를 투자하고 생산 역량을 확충하는 데 추가로 1억5000만 달러(약 18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10위)는 중국의 바이오텍 상하이준스 바이오사이언스(Shanghai Junshi Biosciences)와 코로나19 치료용 항체 연구 협력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신주 7500만달러 어치를 인수했다. 일라이릴리의 중화권(중국 본토·홍콩·마카오·대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대한 개발, 생산 및 판매 독점권도 갖는 조건이다. 대중화권 라이센스는 상하이준스가 보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