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앤드멀린다 게이츠 재단(이하 게이츠재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항원을 개발하기 위해 SK바이오사이언스에 44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한다. 게이츠재단이 보건복지부와 바이오기업(LG화학·SK바이오사이언스·GC녹십자·종근당·제넥신)등과 공동 출자한 글로벌헬스기술연구기금 라이트펀드'는 SK바이오텍 등이 국내 기업이 개발하는 치료제·백신 개발 프로젝트에 기금을 투자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인천 송도 3공장 바이오리액터 가동을 확인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되레 'K방역'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K방역의 큰 축인 K제약·바이오가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탄력 받고 있다. 삼성·SK 등 대기업들의 잇단 해외 진출과 셀트리온·녹십자 등의 수출 확대를 통해 'K 제약·바이오'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에 따르면 1분기 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 등 보건산업 수출액이 총 44억 달러(약 5조342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2.5% 증가했다. 바이오의약품 수출 품목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8억7000만 달러로 총 수출의 52%를 차지했다.

압도적 성장세를 기록한 국내 바이오기업으로는 셀트리온 형제(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가 꼽힌다. 셀트리온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약 68% 성장한 3728억원 매출을 올렸다. 올해 독일 등 유럽에 출시한 램시마SC가 전체 매출 30%를 견인했다. 셀트리온은 오는 2030년까지 매년 1개 이상의 후속 제품 허가를 목표로 하며 'K바이오'를 해외에 전파한다는 전략이다.

바이오시밀러 해외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 호조로 1분기 영업이익이 558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94% 증가했다.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주력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미국과 유럽에서 꾸준히 처방실적을 올린 덕분이다. 현재 110여개 이상의 국가에서 바이오시밀러 론칭을 완료, 올해도 글로벌 시장 영업 강화에 힘쓸 예정이다.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매출도 크게 신장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분기 2072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254억원) 대비 65% 급증한 수준이다. 비대면 영업 체제를 구축해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고 수탁생산(CMO) 사업이 성과를 낸 덕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치료제 생산기지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와 400억원 규모 코로나19 후보물질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해 내년 생산에 돌입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사업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파트너사인 바이오젠 공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3종(베네팔리·플릭사비·임랄디)이 올해 1분기 유럽에서 25% 성장해 2억1880만달러(약 2670억원) 매출을 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제품군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에서 첫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를 출시했으며, 이르면 연내 미국과 유럽에서 안과질환 치료제 'SB11' 판매허가 신청 절차에도 돌입할 예정이다. SK도 바이오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잠재력을 보고 바이오 사업 부문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첫 자체 개발 신약이 미국에 진출하며 해외 수출 성과를 달성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뇌전증 신약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 허가를 획득한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는 33억달러(약 4조원)에 달하는 미국 뇌전증 시장 공략에 나섰다. SK㈜는 SK팜테코의 원료의약품 생산법인 앰팩이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등을 위한 필수 의약품 확보 사업 참여자로 최근 선정됐다. SK는 앰팩을 포함해 유럽과 한국에 원료의약품 생산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전통 제약사인 GC녹십자도 올해 백신 부문 수출 성장을 견인하며 'K바이오' 저력을 보여주었다. 올 1분기 GC녹십자 영업이익 증가는 수두백신과 독감백신 수출 덕택으로, 해외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2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