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송모씨(여)는 최근 카카오(035720)와 포스코(POSCO) 중 어느 곳에 투자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카카오는 신(新)성장 산업인 언택트(untact·비대면)업에서 주도기업으로 떠올랐지만 최근 주가가 많이 올라 가격이 비싸다. 포스코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지만 대표적인 경기민감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 반등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송씨와 같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주목받고 있는 신성장 산업에 투자할지 철강, 정유, 조선 등 과거 경제 위기 이후에 어김없이 반등에 성공한 경기민감업종에 투자할지 고민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바이오 업종과 달리 최근에 신성장 산업으로 떠오른 언택트 업종이 주도산업으로 입지를 굳힐지 확실하지 않은데다 투자 과열로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언택트 업종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주목받는 테마주가 아니라 4차산업의 핵심 업종으로 전 세계와 국내에서 주도 업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며 관련 기업의 주가 상승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카오 캐릭터 ‘카카오프렌즈’

◇카카오 연초 이후 75% 상승… "언택트는 세계적인 흐름"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와 네이버(NAVER(035420))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 관련 소비업종으로 주목받으며 최근 4거래일간 각각 15.8%, 8.6% 올랐다. 카카오의 주가는 연초 15만2500원에서 전날 종가 기준 26만8000원으로 75.7% 올랐다. 전날 카카오는 현대차(005380)LG생활건강(051900)을 제치고 시가총액 8위에 오르기도 했다. 네이버도 연초 18만2500원에서 24만1000원으로 32% 상승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 경기민감주로 분류되는 포스코와 SK이노베이션(096770)은 연초 이후 각각 27.1%, 27.6% 하락했다. 포스코는 지난 1월 2일 기준 시총 10위였으나 10위권 중반으로 밀려났고 SK이노베이션도 22위에서 20위권 중반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언택트 업종이 경기 민감 업종보다 장래가 밝아 앞으로 주가 흐름도 더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언택트의 부상은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주도 업종으로 입지를 굳히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언택트와 같은 신성장의 부상은 제조업에서 소비업으로,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고 있는 과정"이라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이 과정이 앞당겨 진 것"이라고 했다.

언택트 업종의 부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현재 캐나다 시총 1위 기업인 전자상거래 기업 쇼피파이(Shopify)는 시총 비중이 연초 5%에서 현재 10%로 늘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의 온라인 산업 비중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10%에서 지난해 말 20%, 최근 30%로 급성장했다.

경기 민감 업종은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 주가가 반등할 수 있으나 언택트 등 신성장 업종을 넘어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 연구원은 "사회 구조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향후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경기 민감 업종은 예전처럼 이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교역량 증가세가 둔화되고 중간재 수요가 감소하면서 성장성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전통산업들은 코로나 이후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를 통해 경영구조가 재편될 것이라며 그 이후에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네이버 시총 2~3위도 가능"

카카오와 네이버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투자 과열 조짐은 있지만 고평가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카카오나 네이버는 비대면 테마성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핀테크 등 그동안 투자했던 것을 회수하는 시기가 코로나로 앞당겨지면서 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향후 2~3년간 예상 실적도 좋기 때문에 최근 상승은 근거가 있는 움직임"이라고 했다.

언택트 업종 특성상 두 기업의 주식 가치를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언택트는 바이오·제약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성장 산업군이기 때문에 미래 가치를 평가할 기준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두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됐는지 고평가됐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윤 센터장은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단순히 많이 올랐으니 비싸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라며 "다만 가격 거품이 있는지는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와 네이버가 시총 2~3위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면 시총 1위인 삼성전자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두 기업이 해외 시장을 장악하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카카오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15분의 1, 네이버 시가총액은 8분의 1 수준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카카오와 네이버는 주변국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지만 아직은 내수 중심이기 때문에 삼성전자처럼 전 세계로 시장을 확대하지 않는한 삼성전자를 뛰어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제조업 기업이면서 동시에 비대면 업종과 관련돼 있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두 기업이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어려운 이유다. 이 센터장은 "언택트 등 4차산업이 본격화되면 원재료로서 반도체 수요도 증가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이익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와 네이버도 해외 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중요 과제로 삼고 있다. 네이버는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 수출이나 웹툰 해외 판권 수출을 통해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