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특성상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2월 같이 전면적인 가동 중단 상황이 이어지면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휴업보다 폐업에 내몰리게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처럼 수출이 안 돼 말라죽는 상황에는 도움이 안되는 제도입니다."

경기도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인사팀 차장 A씨는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기업 지원책으로 내걸고 있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에 대해 냉소적으로 말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업체는 휴업률이 대단히 높은 일부"일 뿐이라며 "웬만한 부품업체들은 직원들의 순환 휴무에 따르는 비용을 자체 부담으로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 2018년 경기도 부평의 한 자동차 부품회사 공장.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 지원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고용유지지원금에 대해 자동차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원 요건을 맞추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신청 기업 근로자의 1개월 총근로시간이 직전 4~6개월 전보다 20% 이상 줄어야 한다. 겉보기에는 합리적인 기준 같지만,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려고 보면 존폐 기로에 놓일 정도로 어려운 기업만 적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사업체(공장)이 아니라 기업을 단위로 한 기준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한다. 생산의 기본 단위인 공장별로는 가동률이 확 떨어진 경우가 많지만, 공장을 여러 개 묶고 거기에 본사 관리인력까지 포함할 경우 가동률(휴업률)이 올라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합성의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경기도의 부품업체 B사의 경우 공장 세 곳 가운데 한 곳이 이번 달에 1주일 가동한 게 전부인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나머지 2곳에 휴무가 없었던 데다, 본사의 사무직·R&D 인력까지 합치면 회사 전체의 휴업률이 20%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는 차종(車種) 별로 여러 부품을 생산하는 데, 지금처럼 수출이 얼어붙고 내수용 생산이 되는 상황에서는 특정 부품이나 공장 단위로 쉬는 경우가 잦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결국 이 회사는 직원 휴무에 따른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 공장 한 곳 매출이 4분의 1 토막이 났는데, 인건비는 크게 줄지 않아 고스란히 손실이 발생한다.

쌍용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이번 달 상당 기간 부분 휴업을 하고 있지만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다. 쌍용차의 경우 5월 한 달간 1주일에 이틀을 부분 휴업한다. 2교대로 운용되는 생산라인에서 절반씩 쉬는 방식이다. 이 경우 본사 관리 인력까지 합치면 휴업률이 20%에 못 미쳐 지원 요건이 안된다는게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내방동 기아자동차 광주2공장의 완성차 주차장이 텅 비어있다.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휴업 실시 방식과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요건이 맞지 않는 것도 해당 제도가 ‘그림의 떡’이 되는 이유로 지적된다. 충청남도의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 C씨는 "공급망이나 수출 여건이 불확실하다보니 완성차 업체들이 미리 휴업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덩달아 부품업체들도 언제 쉬어야 하는 지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고용유지계획서를 사전에 제출해야 하는 현행 제도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휴업 실태에 대한 집계 자료는 없다. 하지만 자동차 수출이 줄면서 웬만한 부품업체들은 휴업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쌍용차가 위치한 평택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평택 시내 웬만한 부품업체들은 부분 휴업을 하고 있고, 순환 휴업이나 유급-무급 휴업을 섞어쓰는 방식으로 충격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부품협동조합은 "부품업체 가동률은 평균 70%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산업협회, 자동차부품산업협동조합은 이 같은 지난 15일 애로사항에 대해 건의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등 정부는 지원 규정 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휴업률 계산 기준을 기업 단위에도 사업체 단위로 바꿔 달라는 건의의 경우 ‘법 개정 사안이라 어렵다’고 답하는 등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제도 개선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