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불황에 저금리까지 지속되면서 고수익률을 가장한 미끼상품이나 보험사기 등으로 소비자를 울리는 일들이 빈번해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페이스북, 블로그,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보험업 허가를 받지 않은 역외보험 가입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는 것에 대해 소비자 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금감원 발(發) 소비자 경보는 올해 들어 벌써 9번째로, 이미 지난 한 해(4건) 발령 건수를 배 이상 초과했다.

일러스트=정다운

소비자 경보는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운영하는 제도로 2012년부터 운영됐다. 피해 정도나 민원 횟수 등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주의·경고·위험 3단계로 나뉜다. 통상적으로 대출·보험 사기나 보이스 피싱 등 금융 소비자가 쉽게 당할 수 있는 사례들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기 위해 발령된다.

올해 금감원에서 발령된 소비자 경보는 코로나19와 저금리로 인한 미끼상품에 대한 경보가 특히 많이 나왔다. 이러한 악질 상품들이 노리는 대상은 소상공인이나 청소년·사회초년생,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었다.

코로나19 상황을 틈타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나 고액 일당 지급을 미끼로 보험사기 공모자를 모집하는 사례의 경우, ‘급전 필요한 사람 연락주세요’ ‘하루 일당 25만원+’ 등 광고 글을 보고 연락하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돈을 쉽게 벌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저금리 정부지원대출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이를 빙자해 피해자에게 전화나 문자로 접근해 금전을 요구하는 보이스피싱 사례도 있었다. 자신을 저축은행 상담원이라고 소개하면서 저금리 정부지원대출을 받기 위해 기존 대출금을 범행 계좌에 이체하도록 하는 식이다. 또, 지난 3월 마스크와 손소독제 대란이 났을 땐, 물품들을 싸게 구매해주겠다며 돈을 이체하라는 식의 메신저피싱도 유행했다.

코로나19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관련 투자 상품 관련 경보도 잇따랐다. 지난 4월엔 WTI 원유 선물 가격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연계상품인 ETN과 ETF 가격이 급락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관련 상품에 대해 ‘위험’ 단계를 9일과 23일, 도합 2차례나 발령했다. 당시 경보는 금감원이 소비자 경보 제도를 도입한 2012년 6월 이후, 최고 등급의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는 첫 사례였다.

또, 그 전 3월에는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P2P(Peer-to-peer·개인 간) 대출 연체율이 15%가 넘어가면서 금융 소비자 및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주의’ 단계의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2012~2020년 금감원 소비자 경보 발령건수. 2020년은 5월 기준.

금감원의 소비자 경보 건수는 금융위기의 여파가 회복됐던 2014년 20건으로 정점을 찍고, 2015~2018년 연간 6~10건에 머물렀다. 지난해 4건으로 줄었지만 올해 5월 현재 9건을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산술적으로 올해가 끝날 무렵에는 21건까지 경보가 발령될 수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전세계적인 시장 변동성이 심화되고 경제성장률 저하에 따른 경기 악화가 현실화되면서 소비자 피해 가능성도 많아지고 있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더 적극적으로 경보 시스템을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