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앱 '요기요'를 운영 중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 대한 제재를 논의한다. 공정위는 오는 27일 전원회의를 열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제재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요기요는 등록한 업체가 전화로 주문을 받을 때 음식 가격을 앱으로 주문할 때보다 낮게 받지 못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배달 플랫폼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식당 주인의 가격 결정권을 침해한 '갑질'이란 것이다.

앞서 '배달의민족'은 지난 4월 현재 정액제 방식에서 정률제로 형태로 수수료를 개편하는 '오픈서비스' 도입을 시도했다 백기를 들었다. 배달의민족에 이어 한달 여 만에 '요기요'가 갑질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두 기업은 현재 공정위의 기업 결합 승인 심사가 진행 중이다. 식음료업계와 자영업자들은 "음식 배달 플랫폼을 양분하고 있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별도 기업인 현재도 갑질을 일삼는데 합병을 해 '거대 공룡 기업'이 되면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 '최저가 보장'에 가려진 자영업자의 땀과 눈물

요기요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고객이 앱을 통해 주문한 음식 가격이 전화로 주문했을 때보다 비쌀 때 차액의 300%(최대 5000원)를 쿠폰으로 보상해주는 최저가 보상제를 시행했다. '가장 싼 가격'을 강조해 고객을 모으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문제는 전화 주문 시 가격을 좀 더 싸게 받는 업체들에 대한 압박이었다. 요기요는 최저가 보상제를 시행하면서 전화주문 시 가격을 더 저렴하게 받는 업체들에 시정 요구를 했다. 업체가 이에 불응하면 앱에서 음식점 정보가 보이지 않도록 했으며, 43개 업체에 대해서는 아예 계약을 끊기도 했다.

요기요에 판매 금액의 12.5%의 수수료를 내는 자영업자 입장에선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자영업자들은 요기요로 2만원어치의 음식을 주문받으면 수수료로 2500원을 내야 한다. 직접 주문을 받으면 수수료를 안내도 되기 때문에 이익률을 더 높일 수 있는데도, 요기요 측의 제재 때문에 쉽사리 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요기요가 음식업체의 가격 결정권에 개입한 것만으로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경영 간섭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가격을 통제함으로써 소비자가 보다 더 저렴하게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측은 "최저가보장제는 요기요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후생을 위해 다른 주문 경로와 동일한 품질과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의 불이익을 방지하려는 정책이었다"며 "전화주문으로 할인 판매를 하는 업주들을 제재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 것이 아니다"고 했다.

배민라이더스.

◇ 수수료 체계 개편하려다 '백기' 든 배달의민족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87%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사들이는 투자자 지분은 힐하우스캐퍼틸,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세쿼이아캐피털차이나 등이 갖고 있는 지분이다. 김봉진 의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보유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 지분 13%는 현금이 아니라 딜리버리히어로의 주식과 교환하기로 했다. 얼마만큼의 지분과 교환하기로 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계약으로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과' 2위인 '요기요', 3위 '배달통'이 모두 딜리버리히어로 소유가 됐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측은 배달앱 3사 간 경쟁 체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한 회사의 계열사들이 시장을 독점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위의 기업 결합 승인 심사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지난달 배달의민족이 일방적으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당시 배달의민족은 현행 월정액(8만8000원)으로 부과하고 있는 수수료 체계를 주문 매출의 5.8%로 매기는 정률제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자영업자의 매출이 올라야 수익이 증가하는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자영업자들에 대한 경영 진단과 멘토링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 했다.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소상공인연합회 등 자영업자들은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크게 증가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자영업자들의 반발에 여론까지 악화되자 결국 배달의민족이 백기를 들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10일 김봉진 의장과 김범준 대표의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내고 "오픈서비스 체계를 전면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우아한형제들은 저희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의 무게감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앞으로 주요 정책의 변화는 입점 업주님들과 상시로 소통하여 결정하겠다. 이를 위해 업주님들과 소통 기구인 협의체 마련에 나서고, 정부의 관계부처, 각계 전문가들과도 머리를 맞대겠다"고 했다.

◇ 요기요 갑질 논란,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영향은

유통업계에서는 최근 연이어 터져나오는 배달앱 관련 논란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공정위 심사를 앞두고 있거나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몸을 사리는 게 일반적인데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배달앱 업체들이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배경에 대해선 앱 출시 후 빠르게 성장해 온 자신감과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가 뒷받침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 거대 기업이 합병이 성사돼 시장을 독식하는 '공룡 기업'이 출범하면 독과점 폐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배달앱 서비스에 등록한 한 자영업자는 "배달앱이 대중화되면서 배달앱을 통한 주문이 대부분"이라며 "배달앱에서 노출되지 않는다거나 계약 해지 등을 당하게 되면 받는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배달앱 간 경쟁이 치열한 지금도 수수료나 광고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두 회사가 합병한 후에 부담이 더 늘어나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공정위는 현재 진행 중인 기업 결합 승인 심사에서 이같은 독과점 폐해를 집중적으로 살피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55.7%), 요기요(33.5%), 배달통(10.8%)이 차지하고 있다. '띵동' 같은 저수수료를 앞세운 배달앱과 '배달의명수'와 같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 배달앱이 있지만 시장 영향력은 미미하다. 이와 관련, 소비자시민모임은 지난달 공정위에 "기업 결합이 승인되면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 결합을 승인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정치권에서도 배달앱 합병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올해 초 두 기업의 합병에 대해 "배달앱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이 딜리버리히어로라는 하나의 회사에 종속되면 전체 시장의 90% 독점이 현실화 된다"며 "(공정위가) 기업결합에 따른 독점이나 경쟁제한적 요소를 판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기도도 지난달 공정위에 두 기업의 결합에 대해 엄정하게 심사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공정위는 25일 배달의민족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의 시장지배력, 경쟁제한성 판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를 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TF는 플랫폼 사업자간 공정한 거래질서를 구축하고 신규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한 심사 지침을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