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십년간 빈부 격차는 경제학에서 중요한 문제 중 하나였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금 정책에 집중했다. 버는 것에 따라 돈을 거둬들이고 복지 제도를 통해 부를 재분배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세금 정책은 빈부 균형을 맞추기 쉽지 않았다. 경제학자들은 여러 가설을 토대로 세금 정책을 고안해왔지만 늘 열린 문제로 남아있었다. 사람의 경제 활동은 복잡해 자료로 객관화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돕기 위해 바둑 등 게임에 쓰이던 인공지능(AI)이 직접 경제 시뮬레이션을 돌려 최적의 조세 정책을 찾는 새로운 접근법이 개발되고 있다.

‌ AI 로봇과 인간의 협업 모습을 구현한 그래픽.

MIT 테크놀리지 리뷰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세일즈포스(Salesorce)은 인공지능 머신러닝의 한 유형인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활용해 조세 정책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AI 이코노미스트’를 개발했다.

AI 이코노미스트의 작동 원리는 2016년 이세돌과 바둑 대국으로 화제를 모은 ‘알파고’와 비슷하다.

세일즈포스가 개발한 AI 이코노미스트에는 숙련도가 다른 노동자를 모델로 한 총 4개의 AI가 작동한다. AI들은 2차원 세계 안에서 직접 나무와 돌과 같은 자원을 모아 집을 지어 돈을 번다.

각각의 AI는 각각 숙련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경제 활동 모델을 수립한다. 숙련도가 낮은 노동자의 경우 집을 지을 때 자원을 직접 모으는 방향을 택하며 숙련도가 높은 노동자는 자원을 구입한다.

AI 이코노미스트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노동자는 물론 상황에 따른 정책입안자의 의사결정도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들은 AI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현실적인 모델 수립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일례로 일부 ‘노동자 AI’는 낮은 세율을 위해 세금이 높아지면 생산성을 줄이고 낮아지면 다시 생산성을 올렸다. ‘정책입안자 AI’는 그에 맞춰 다시 최적의 세금 정책을 내놓았다.

노동자 AI들이 어느정도 학습이 되면 정책입안자 AI가 고안한 비율로 세금을 부과한다. 이 때 목표는 모든 노동자의 생산성과 소득 공평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AI는 이를 수만번 반복해 최적의 안을 찾는다.

AI 이코노미스트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부자⋅빈곤층에 최고 세율을, 중산층에게는 최저세율을 적용하면서 두 측면을 절충해 나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초기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생산성과 소득 공평성을 기준으로 AI가 수립한 조세 정책은 주정부의 세금 정책보다 16% 더 공정했다.

AI의 또다른 장점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민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금과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조건으로 추가해 최적의 조세 정책을 채택할 수 있다. 금융시장 AI화를 연구하는 브레이크 르바론 브랜다이스대 교수는 "정책입법자라면 기존의 경제 모델을 점검하는데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알파고를 학습시킨 것과 같은 방식으로 복잡한 경제를 AI가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돈 파머 옥스퍼드대 경제학 교수는 "알파고가 바둑을 두는 방식으로 정책을 학습시키는 방법이 맞을지에 대한 의문점이 든다"며 "현실 세계는 복잡하다. 이 도구가 실제로 유용하게 쓰일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4개의 AI 뿐만이 아니라 더 많은 AI를 추가해 더 현실적이고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AI 이코노미스트 프로그램 코드를 공개해 신뢰성을 보증하겠다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