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모터스포츠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열리지 못하면서 입장권 수입, TV 중계권료, 스폰서십 등 모터스포츠 주요 수입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급기야 영국 맥라렌은 자동차 컬렉션까지 담보로 잡히면서 돈을 빌리려 하고 있다.

포퓰러1 레이싱팀이자 슈퍼카 회사인 맥라렌의 영국 서레이주 워킹 소재 본사에서 방문자들이 맥라렌의 과거 포퓰러1 참가 차량을 관람하고 있다.

23일 영국 스카이뉴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포뮬러1(F1) 주요 참가 업체이자 슈퍼카 제조사인 맥라렌이 회사가 보유한 자동차 컬렉션과 공장을 담보로 2억5000만파운드(38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영국 서레이주 워킹 소재 본사에 전시·보관되어있는 F1 레이싱 차량 컬렉션이 핵심이다. 맥라렌은 1963년 창단된 모터스포츠팀을 시작으로 하는 데, F1에는 1966년부터 참가하기 시작했다. 알파로메오 레이싱, 스쿠데리아 페라리에 이어 F1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팀이다. 1980년대 전설적인 F1 선수 아일톤 세나와 알랭 프로스트가 활약했던 팀으로 잘 알려져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맥라렌이 자동차 컬렉션까지 담보로 잡겠다고 나선 데 대해서 "코로나19로 F1 경기가 열리지 못하고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맥라렌은 지난 3월 바레인 국부펀드 뭄탈라카트 등 대주주를 대상으로 3억파운드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마르면서 1억5000만파운드 규모로 정부 지원을 받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결국 맥라렌의 역사가 모여있는 자동차 컬렉션을 가지고 돈을 빌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포뮬러1 경기 중에 참가 차량이 서킷을 주행하고 있다.

맥라렌뿐만 아니라 다른 F1 참가팀도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3월 열리기로 한 2020년 F1 경기가 6월까지 취소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7월 3일 오스트리아 그랑프리부터 대회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원래 22번 경기가 열릴 계획이었는데, 일정을 조정해도 8개가 줄어들었다. 경기가 열리지 않다 보니 수입이 끊긴 데다, 축소된 일정에 수입이 그만큼 줄 수밖에 없다.

F1은 모터스포츠 최고 인기 대회이며, 1번 경기(그랑프리)를 열 때마다 6만~15만명의 관중이 모인다. 시청자가 수 억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참가팀들도 경기 운영에 많게는 1000명이 넘는 1000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차량 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 이렇다 보니 경기가 중단되면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

지난 3월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오스트레일리아 그랑프리는 개최 직전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됐다.

F1 팀 가운데 하나인 스쿠데리아 알파우리의 프란츠 토스트 수석(대표)는 "그랑프리(경기) 1번 취소될 때마다 150만~200만유로(20억~27억원) 정도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F1 계약은 매 경기 단위로 맺어져 있어 경기가 취소되면 그에 비례해서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7월이 되어도 대회가 재개되지 못하면 여러 팀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F1 레이싱팀 윌리엄스의 부수석(deputy chief) 클레어 윌리엄스는 "2020년 대회가 제대로 열리지 못할 경우 윌리엄스 같은 독립팀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F1을 운영하는 포뮬러원그룹의 1~3월 매출은 3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억4600만달러와 비교해 84%가 줄어들었다. 특히 방송 중계권료 수입이 지난해 1억9800만달러에서 1300만달러로 93% 급감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F1은 지난해 20억2000만달러(2조50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 가운데 방송 중계권이 38%를 차지하고 경기 개최권은 30%, 스폰서십은 15%를 각각 차지한다. 나머지는 VIP특별석(패독클럽) 판매 수입이나 하위 리그인 F2·F3 운영 수입이다. 1번 경기가 취소되면 3000만~5000만달러(370억~620억원)정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무디스는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