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족' 증가하면서 가정용 향수도 인기
불황에도 작은 사치는 여전

자라가 조말론과 협력해 만든 ‘ZARA Emotions Collection by Jo Loves’ 향수.

지난 14일 스페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 자라가 영국 유명 향수 조향사이자 조말론의 창업자인 조말론 CEB와 함께 국내에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유럽에서 출시됐고, 한국에서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향수는 출시와 동시에 온·오프라인 판매분이 동나면서 향수 애호가들 사이에는 '자말론(자라+조말론) 대란'이라는 용어가 생기기도 했다.

인기 요인은 고급(니치) 향수와 비슷한 품질에 가격이 합리적(1만1000~4만9000원)이기 때문이다. 향수를 구매한 김모 씨는 "조말론과 향기는 비슷한데, 가격은 3배가량 저렴해 출시 당일부터 구매를 서둘렀다"며 "코로나로 고생한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패션·뷰티 분야의 매출이 급감했지만, 향수의 인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면세점 향수 수요가 백화점과 온라인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1~4월 향수 세트 판매가 전년 대비 29% 증가했고, 디퓨저 리필액(60%), 석고 방향제(58%), 티라이트(수면용 조명·34%) 등 향기 관련 상품 매출이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고급 향수도 잘 팔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니치 향수 딥티크, 바이레도, 산타마리아노벨라의 1월~4월 매출은 각각 40.7%, 103.4%, 49.3% 증가했다. 가정의 달과 성년의 달 등이 있는 5월 매출도 각각 102.3%, 155.8%, 161.7% 늘었다.

산타마리아 노벨라 디퓨저 ‘유로파’(왼쪽)와 딥티크 향수 ‘도손’.

특히 몸에 뿌리는 향수 외에도 가정용 향수(홈 프로그랜스) 매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경우 4월까지 디퓨저를 포함한 가정용 향수의 매출이 전년 대비 149%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1월에 출시한 디퓨저 ‘프로퓨모 빼르 엠비엔테’는 10만원대의 높은 가격대에도 출시 보름 만에 석달 치 판매분(2000세트)이 모두 팔렸다.

디퓨저 외에도 향초, 포푸리 향낭, 룸스프레이 등 방향 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바디케어, 헤어케어 제품도 40%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을 향기로 채우려는 욕구가 커진 거 같다"라며 "향수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로 일반 화장품처럼 품질을 흉내 내기 어렵다. 따라서 불황에도 고가 향수의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실제로 국내에선 조말론과 딥티크, 바이레도 등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가 확고히 자리매김했고, 신규 브랜드도 지속해서 출시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3년 4400억원 규모의 국내 향수 시장은 지난해 6000억원을 넘어섰으며, 2023년엔 65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안전한 아름다움'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천연 향료로 만든 고급향수의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