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출범이 9일 앞으로 다가왔다. 부동산 시장도 거여(巨與) 정당이 주도할 새 국회에서 현 정부의 규제 기조가 어떻게 법제화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국회가 바뀐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겠나"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어차피 부동산 정책의 키는 국회가 아닌 정부가 쥐고 있다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상당수 부동산 규제가 시행령·시행규칙 등 행정입법이나 행정지도를 통해 이뤄져 왔기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부동산 제도와 정책을 주도하고 담론을 이끄는 주체가 국회가 아닌 정부라는 점이 더 크다. 정책의 실행은 법을 통해 이뤄지는데 법을 만드는 국회는 정부가 만든 정책대로 법을 만들어주는 것에 자신의 역할을 한정한 경우가 많다.

지난 2017년 6·19대책 이래 지난해 12·16대책까지, 문재인 정부의 굵직굵직한 부동산 대책들은 항상 청와대와 정부가 조율해 발표했다. 국회는 정부가 발표한 대책 중 근거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사후적으로 법안을 처리하거나 여론전을 조성하는 일에 치중했다. 적어도 부동산 입법에 한해서는 ‘거수기’라는 오명(汚名)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국회 차원의 심도깊은 사전 논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기껏 나온 정부의 대책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하기도 한다. 12·16대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종합부동산세 인상안은 대책 발표 후에야 부랴부랴 발의됐지만, 그나마도 여야 간 이견이 심해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이에 올해 납부분부터 인상안을 적용하려던 정부의 구상은 어그러졌다.

지금으로서는 21대 국회도 정부에 끌려다니는 관성은 이어질 것처럼 보인다. 여당이 21대 국회에서 우선 처리할 것으로 보이는 ‘주택 임차인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은 원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집값을 인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일부 지역은 가격이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운을 떼자 여당 일각에서는 ‘토지 공개념 개헌’ 불씨까지 피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특히 부동산 시장처럼 복잡다단한 분야를 정부가 주도해서 쥐락펴락하던 시대는 지났다. 최근에도 시장과 싸우려는 정부의 설익은 힘 자랑이 역효과를 낸 사례는 무수히 많다. 고가주택과 초고가주택의 기준을 각각 9억원, 15억원으로 설정한 12·16 대책 이후 서울 집값은 9억원과 15억원에 맞게 상향 수렴됐다. 분양가 통제로 시세보다 낮게 분양되니 청약은 로또가 됐고, 급기야 미계약 잔여분 계약에까지 사람들이 벌떼처럼 달려든다.

정부가 독주하려 할수록,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국회의 책무도 막중해진다. 설령 여당 소속이라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추인하는 데 그치지 말고, 주도적으로 부동산 정책을 연구·발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제시하면 정밀 검증해 시장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21대 국회의원들은 헌법기관으로서 가진 입법권이 정부를 위해 법을 대신 만들어주는 ‘청부 입법’ 목적이 아님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