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1~3)월 상위 20%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자동차 구입에 지출한 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내수 판매가 크게 줄지 않고 유지된 것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고소득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네시스 GV80.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외 가구 중 소득 상위 20%(5분위)가 자동차 구입에 쓴 돈은 월 평균 53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만3000원)보다 302.0%나 늘어났다. 근로자 외 가구는 가구주가 자영업자, 무급 가족 종사자, 실직자나 비경제활동인구인 가구를 의미한다. 사실상 자영업자 가구를 의미하는 셈이다. 상위 20% 자영업자들의 월 평균 소득은 876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지출로도 상위 20% 자영업자의 자동차 구입비(월 평균 53만3000원)는 전년 동기 대비 297.8% 증가했다.

상위 20% 근로자 가구와 비교해도 자영업자 가구의 자동차 구입비 지출 증가폭은 압도적이다. 상위 20% 근로자 가구의 자동차 구입비는 월 평균 25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21만1000원)보다 22.3% 늘어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근로자 가구가 자영업자 가구보다 자동차 구입에 더 많은 돈을 썼는데, 올해 들어선 자영업자 가구가 근로자 가구보다 2배 이상 지출한 모양새다.

나머지 80% 자영업자 가구의 자동차 구입 지출은 월 평균 1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6000원)보다 76.0% 감소했다. 또 나머지 80% 근로자 가구의 자동차 구입비(8만4000원)는 2019년 1분기(8만6000원)와 비교해서 1.8% 줄었다.

국내 자동차 5개사와 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집계한 것을 종합하면 지난 1분기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33만5000대로 전년 동기(35만7000대)와 비교해 6.2% 줄었다. 승용차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 RV(레저용 차)를 합친 것이다. 국산차는 6.8%, 수입차는 2.5%가 각각 감소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판매 실적을 보여준 셈이다.

BMW 공식 딜러사인 코오롱모터스의 한 전시장.

상위 20% 자영업자가 1분기 자동차 내수 판매의 견인차 역할을 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자동차 회사들이 내놓은 신차들이 고가 대형 차량 위주였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그랜저, 제네시스 GV80나 기아자동차의 쏘렌토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그랜저의 경우 지난 3월 1만6600대가 판매돼 버스·트럭까지 포함한 현대차 전체 판매량의 23.0%를 차지했다.

개별소비세 인하와 회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도 또 다른 이유로 지적된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축 대응 방안으로 자동차 출고가격의 5%인 개별소비세를 오는 6월까지 최대 100만원까지 70% 깎아준다. 개별소비세가 내려가면 교육세 등이 덩달아 낮아져, 최대 143만원 정도 가격 인하 효과가 있다. 한국GM, 쌍용차 등은 지난 4월 소비자 입장에서 취득세를 전액 감면 받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가격을 일시 인하했다. 수입차 업체들도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 독일 회사를 중심으로 딜러사의 자체 할인 폭을 넓히는 등 공격적인 판촉 전략을 폈다.

고소득 자영업자 입장에서 업황이 큰 변화가 없다는 것도 지출이 늘어난 배경이다. 4월까지 수출이 큰 타격을 입지 않으면서 수출→기업실적→가계소득의 연결고리가 유지된 것이다. 하위 80% 자영업자의 경우 소매, 외식 등의 비중이 높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타격을 직접 받았지만 상위 20%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업종에 종사한다.

한 수입차 회사 관계자는 "판매 현장에서 보면 코로나19로 차량 구매를 망설이는 고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차량을 구매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생각하는 차급이나 종류에 맞춰서 어느 회사 어떤 모델의 할인 폭이 가장 큰가를 열심히 탐색하지, 차량 구매 자체를 망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