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매각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유력 인수 후보였던 사모펀드 JC파트너스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까닭이다. JC파트너스는 지난달 실사에서 당초 예상보다 KDB생명의 자본금 확충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인수를 망설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을 위해 유력 인수 후보인 JC파트너스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산업은행은 당초 이달 중 본입찰을 진행한 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지난달 실사를 마친 JC파트너스는 산업은행 임원진과 단독 면담까지 진행했었다.

JC파트너스는 KDB생명 지분 92.73%를 약 2000억원에 사들인 뒤 3000억원가량의 유상증자를 계획했다. KDB생명을 5000억원에 인수하는 셈이다. KDB생명의 총자산이 19조4364억원(지난해 말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가격이다.

하지만 실사 결과를 검토한 JC파트너스가 KDB생명 인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JC파트너스는 유상증자 3000억원 외에 향후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용산구 KDB생명 본사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KDB생명 재무 상황을 보면 3000억원 유상증자를 하더라도 새 회계기준 도입 시점에 추가 자본확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영구채 또는 후순위채를 발행하거나 추가 유상증자를 할 수도 있다. JC파트너스도 이런 문제로 인수를 망설이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KDB생명의 보험 자산 구조다. KDB생명은 최근 몇년간 저축성보험 비중을 꾸준히 줄여왔다. 그러나 여전히 업계에서 가장 많은 저축성보험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보험부채 가운데 저축성보험은 4조4877억원(28.33%), 저축성보험의 일종인 연금보험은 5조4588억원(24.36%)이었다. 저축성보험 비중이 52%로 생명보험업계 평균인 20%의 2.5배에 달한다.

2023년 보험업 신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 저축성보험은 부채로 인식한다.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은 KDB생명은 그만큼 자본금을 확충해야 한다.

후순위채 발행 확대에 따른 이자 비용도 부담이다. KDB생명은 후순위채 발행으로 자본 확충을 이어왔다. KDB생명은 현재 5328억원의 후순위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연 이자 비용만 4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은 금감원이 권고하는 보험금 지급여력(RBC)을 맞추기 위해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을 이어 왔다"며 "보험업계의 불황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JC파트너스가 보험업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MG손해보험에 이어 KDB생명까지 인수하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향후 재매각을 통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몇년간 신한·KB·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가 몸집 불리기 경쟁에 나서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이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KB금융(105560)은 국내 6위 생명보험사인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를 약 2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푸르덴셜생명의 자본금은 지난해말 기준 21조794억원으로 KDB생명과 큰 차이가 없다. KDB생명 체질 개선에 성공한다면 향후 금융지주사에 높은 가격을 받고 재매각할 수 있다는 것이 JC파트너스의 복안이다. 다만 KDB생명 구조조정에 실패할 경우 후행투자만 이어지다 적절한 시기에 재매각을 하지 못할 우려도 있다.

또다른 IB업계 관계자는 "JC파트너스 입장에선 향후 재매각시 KDB생명의 벨류에이션(가치평가)까지 고려해야 한다. 적어도 1조원까지 가치를 끌어올려야 투입 자금과 금융 비용 등을 제외하고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지 않겠냐"며 "자본확충 이슈에 물려 적정 시기에 매각을 하지 못하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는 딜(Deal)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