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지난 사건 재소환
진술 번복한 한만호 비망록 보도
김태년 "한명숙은 피해자, 진실 밝혀야"
당시 변호인 최강욱 "용서할 수 없는 檢 만행"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20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이른바 '5만달러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한 전 총리는 피해자"라며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0일 한 전 총리 사건을 거론하며 "깊이 문제점을 느낀다. 정밀조사 필요를 공감한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한신건영 대표였던 고(故) 한만호씨로부터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강압 수사 비리 의혹이 제기된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광온 최고위원.

이같은 주장이 나온 것은 일부 매체가 한씨의 비망록 일부를 보도하면서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한씨의 비망록에는 '뇌물을 줬다고 한 진술은 검찰의 회유에 따른 거짓이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자 여권에서 이 사건을 다시 조사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한 전 총리 사건 '재조사론'을 공론화해 검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추미애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 '국가 권력에 의한 불법, 범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민주당 김종민 의원 질의에 "기본적으로는 우려한 바에 대해서 깊이 문제점을 느낀다"며 "구체적인 정밀한 조사가 있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공감한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과거 수사 관행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제의 검찰과 오늘의 검찰이 다르단 모습을 보여야할 개혁 책무가 있다"며 "이런 차원에서 반드시 검찰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김종민 의원은 "정말 일부 법 집행 과정에서 잘못된 일탈행위가 있었던 건지, 수사 관행에 문제가 있던 건지,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국회 조사, 법무부 감찰, 검찰 수사, 공수처 수사 등 거쳐 사실관계가 규명돼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검사 수사 절차가 굉장히 비정상적인 것은 맞지 않느냐"며 "현행법상 조사가 어려우면 과거사 조사 절차도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8월 24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던 중 눈가를 어루만지고 있다.

더불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총리는 2년간 옥고를 치르고 지금도 고통받는데, (재조사 없이) 넘어가면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며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야 하고, 그것이 검찰과 사법부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최고위원도 "비망록을 둘러싼 의문은 바로 이 오랜 검찰개혁 과제인 검찰의 정치 개입과 연결된다"며 "의문이 분명히 해소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열린민주당 최강욱 당선자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한 전 총리 사건은 용서할 수 없는 검찰과 법원의 만행"이라고 했다. 17일엔 과거 한 전 총리가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한 영상을 공유하며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진다"고 했다. 최 당선자는 당시 한씨의 변호인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