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450억 규모 전 계열사 그룹망 고도화 사업 나서는 현대차그룹
기존 사업자 KT⋅LG유플러스와 계약연장 가닥… 화웨이 장비 다시 쓸 듯
미국發 '화웨이 제재' 강화되는 시점에… "타이밍이 안좋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 이후 미국과 중국간 갈등 고조가 화웨이로 튀면서 화웨이 장비를 쓰는 국내 대기업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화웨이 장비를 계속 쓸 지를 놓고 고민에 빠진 것이다. 전 계열사, 영업점이 사용하는 그룹망 고도화 사업을 올해 업그레이드 하는 현대차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사업자인 KT, LG유플러스와 계약을 연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통신사들은 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활용했었고, 계약 연장으로 다시 화웨이 장비가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미국이 데이터 보안, 기술패권 등을 이유로 화웨이에 대한 타깃 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 망 고도화가 이뤄지게 됐다.

현대차그룹 측은 "내부 그룹망 고도화 사업의 계약 주체는 통신사로, 통신사가 제시하는 가격·속도·망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지, 어느 통신장비가 들어오는지는 결정사안이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화웨이가 국내 재계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의 망 고도화사업자로 다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6년, 4년간 450억원 규모로 진행했던 내부 그룹망 고도화 사업의 업그레이드 시점이 다가오자 기존 통신사업자와 계약을 연장하는 안을 내부 방침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망 업그레이드 공지가 나오면 네트워크장비 사업자들이 입찰에 참여하지만, 특별한 공지가 없어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이번 업그레이드 작업에도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를 비롯해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제철, 현대건설 등의 망을 네트워크로 잇는 전용회선(유선)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번 사업은 향후 4년간 비슷한 규모로 나올 것으로 점쳐졌다. 이 중 화웨이 장비가 들어가는 부분은 전체 비용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전송장비 부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선망 가운데 전송장비 시장 점유율은 현재 단일기업 기준 노키아가 35%로 1위다. 국내 기업 3사(텔레필드·우리넷·코위버) 점유율도 40% 수준으로 높다. 화웨이와 시에나가 각각 10%, 시스코가 5% 정도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가 국내 재계서열 2위 현대차그룹의 망을 깔았다는 레퍼런스를 쌓기 위해 가격우위를 내세워 통신사업자들과 계약 연장을 끌어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다만 비즈니스 기회를 잡기 위해 입찰을 준비해 왔던 다른 회사들은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이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화웨이에 대한 추가 거래제한 조치가 이뤄질 경우 만에 하나 망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 조달에 여러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현대차그룹 네트워크 망 고도화 사업 수주에 기대를 걸었었다는 것이다.